‘주먹 짱’ 복서지만 “링 밖 싸움은 사절”
서울 노량진초 5학년 김정민 군
김정민 군이 7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어린이복싱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삼성권투체육관에서 왼손 스트레이트를 연습하고 있다.<최혁중 기자>sajinman@donga.com
“더 빠르게! ‘원투(스트레이트)’ 하나도 못 때리면 어떻게 해. 주먹 나갈 때 발이 깊숙이 들어가야지! 더 숙이고!”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삼성권투체육관. 허병훈 관장이 선수들 조련에 한창이다.
10여 명의 형 틈에서 자기 얼굴보다 큰 글러브를 낀 어린이가 눈에 띈다.
“저놈 보세요. 주먹 나갈 때 왼쪽 다리가 확 돌아가죠. 스트레이트는 저렇게 몸을 돌리며 쳐야 돼요. 형들보다 훨씬 낫죠.”
매섭던 허 관장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형들과 스파링(연습경기)하다 몇 대 터지더니 울면서 끝까지 대들더라고요. 승부욕이 대단해요.”
칭찬의 주인공은 노량진초교 5학년 1반 김정민 군. 초등 3학년 때 큰아버지의 권유로 글러브를 낀 3년차 복서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식 선수로 뛸 수 없는 ‘비운(?)의 복서’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초등생 대회가 없기 때문. 그래서 지난해 7월 일본 요코하마 일본어린이복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일본 애’ 두 명을 누르고 33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해 대회도 초청장을 받아 놓은 상태.
도대체 어떤 ‘괴물’이기에?
“취미생활이에요. 직업으로 하는 거요? 하하.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좀 더 해 보고요.” 훈련시간은 하루 1시간 30분. “태권도 도장 다닐 때는 오후 11시에도 왔어요. 지금은 논술, 컴퓨터학원, 과외공부 마치고 보통 오후에 훈련해요.” ‘주먹 짱’도 초등생이긴 마찬가지.
하지만 ‘링 밖에서’ 싸움은 안 한단다.
“지금까지 세 번 싸웠는데요, 한 번 이겼어요.” 두 번은? “선생님이 말려 제대로 못 싸웠죠. 무승부예요.” 권투는 싸움하라고 배운 게 아니란다. 꼭 필요할 때, 몇 번 참거나 상대가 먼저 때리면 스트레이트로 반격은 할 수 있다는 게 정민이의 생각.
운동하면서 성적도 올랐다. “2학기 성취도평가에서 수학 88점 받았어요. 전 과목 평균은 87점. 일본 대회 끝나고 집중력이 살아나 2학기 때 시험 잘 봤죠.”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저처럼 돼요”란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아 있다. 8세 때부터 입맛을 잃었어요. 먹을거리에 욕심이 없어요. 그런데 과일은 다 맛있어요.”
‘여친’은? “얼마 전 차였어요. 이제 관심 접었어요. 운동 열심히 하다 보면….”
<동아일보의 배수강 기자님의 글에서 발췌
bsk@donga.com>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