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조기유학 엑소더스 美·中·캐나다 현장에선…
양근만 팀장 yangkm@chosun.com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
보스턴=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시드니=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베이징=이명진특파원 mjlee@chosun.com
말레이시아=김남인기자 kni@chosun.com
재미교포 최규용(41)씨는 최근 뉴저지주 클로스터에서 뉴욕주 웨스트체스터로 이사했다.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을 한국에서 몰려오는 조기유학생들과 갈라놓기 위해서다. 클로스터 지역은 6~7년 전만 해도 동부의 최대 부촌인 알파인과 인접해 있고 돈 많은 유태인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학군이 좋기로 유명했다. 인근 노던밸리고교 졸업생 중 매년 10여명이 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 등 명문대로 진학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0년 이후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 반 20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하던 한국학생들은 이제 5~9명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기존의 한국 학부모들이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른 지역으로 연쇄이동하는 것이다. 최씨는 “아이들이 한국학생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정통 미국식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이사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국 학생과의 학력경쟁에서 뒤져 불만을 표시하거나 아예 다른 동네로 이사가는 현상(White Flight)도 나타나고 있다. 미동부 메릴랜드주 록크빌의 토머스우튼 고교 학생 중 35%가 한국 등 아시아 인종이다.
美사립교 입학경쟁 - 전교 136명중 37명 한국인 유학생 점령
보스턴과 뉴욕 등 미국 동부의 경우 해마다 1월이면 사립 중고교에 입학하려는 한국학생들의 ‘인터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두 보스턴 유학원장은 “미국 동부의 일류 보딩스쿨(기숙학교) 80여개에 지원하는 한국 입시학생 수만도 7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학교마다 국적별 학생 비율이 정해져 있어 한국 학생들 간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10대 명문 사립고에도 예외 없이 한국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작년 말의 경우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와 엑시터 등에 각각 22명과 14명, 디어필드 15명, 그로톤 10명, 밀튼 10명, 미들섹스 8명 등으로 진학생 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학생들이 전교생의 20%가 넘는 곳도 있다. 매사추세츠주 서부의 윈첸든 스쿨의 경우, 총원 136명의 27%인 37명이 한국인 유학생들이다. 예술계 고교에서는 한국 유학생들이 초강세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씨가 다녔던 보스턴 인근 월넛 힐 아카데미에는 전교생의 16%인 45명의 한국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일부 경영난에 빠진 사립고교 중에는 한국 학생 유치로 재미를 보는 곳도 있다. 미국 사립고교들은 한국 등 외국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거의 주지 않는다.
명문 사립고 진학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명문 중학교를 겨냥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한 학년 수가 100명 안팎인 페센든, 패이, 카디간 마운틴, 베먼트, 이글부룩 등이 대상이다. 학교마다 70~80명씩 지원하지만, 입학은 3~4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캐나다 ‘관리型 유학’ - 국어·수학·과학등 방과후 ‘과외’ 유행
한국인 조기 유학 행렬은 캐나다 학교의 학생 구성도 바꾸고 있다. 일부 학군의 초등학교는 평균적으로 10% 이상의 학생이 한국인 조기 유학생과 이민자 자녀들로 채워질 정도다. 이곳 조기유학생 사이에서는 “밴쿠버의 어떤 학교에는 한 반 25명 중 10명이 한국인과 한국인 이민자 자녀들이어서, 이들이 한국어만 쓰는 바람에 교장이 반을 해체해 버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최근에는 밴쿠버에는 현지 유학원들이 조기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수학·과학까지 가르치는 등 학생의 방과후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관리형 유학’이 유행이다. 이런 경우 1년에 5000만원이 넘게 들지만 매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 ‘기숙型 학원’ - 中명문대 진학위해 한국式 합숙과외도
베이징의 명문대 외국인 입시는 이미 한국학생끼리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작년 베이징대 외국인 본과(本科) 입학생 119명 중 92명이 한국인이었다. 칭화대(淸華大), 런민대(人民大) 등도 똑같다. 한국인 낙방생이 합격생보다 몇 배 많다. 중국 대학 진학을 위한 한국 유학생이 매년 25% 이상(2005년 14만명) 폭증하면서 현지에는 한국식 ‘스파르타 입시학원’까지 등장했다. 기숙사에 학생들을 합숙시키며 관리하고, 매까지 든다.
과외열풍도 대단하다. 한국인이 밀집한 왕징(望京), 우다코 등엔 명문대 입시 족집게 과외, 기출문제 풀이 학원이 속속 생기고 있다. 학원비도 두세 배 뛰었다. 과목당 3000위안(36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아들이 중국학교 국제반에 다니는 학부형 B씨는 “학비에 과외비(3과목 3000위안), 생활비, 집세(4000위안)를 합쳐 한 달에 보통 200만원 가량 든다”고 했다. 왕징에는 하숙을 쳐서 생활비와 자녀 학비를 조달하는 ‘현지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글에서 발췌>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