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을 때는 미니스커스가 유행한다는 것은 사실을 떠나 잘 알려진 얘깃거리다. IT 제품들에도 이와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물가상승과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민 제품에는 불황의 기운이 비껴가고 있다.
지난 20일 제일기획이 발표한 ‘불황기 소비자 인식 조사(수도권 거주 20~49세 남녀 300명 대상)’에 따르면 불황기의 소비자는 이성적 소비보다 감성적 소비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전자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다나와에서 판매된 노트북과 외장하드, MP3의 판매율은 큰 하락 없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
*노트북 – 화려한 컬러와 넷북 인기
노트북이라 해서 흑백의 색깔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컬러, 줄무늬 패턴, 곡선모양 디자인으로 제작된 노트북이 인기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의 경우 제품 색상에 따라 가격을 달리해 팔릴 정도다. HP는 다양한 색상을 넘어 갖가지 그림의 스킨을 만들어 붙이는 노트북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50~60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을 강조한 넷북까지 다양한 컬러로 출시되면서 인기의 절정을 맞고 있다. 얼마 전 분홍색 넷북을 구입한 이은영씨(25세)는 ‘분홍색과 하얀색 중 한참을 고민했다. 넷북을 구매한 결정적인 요인은 디자인, 색상이었다” 라고 말했다.
*외장 하드디스크 – 용량보다 고급 제품 선호
투박하게 알루미늄만 감싸 놓았던 외장 하드디스크도 최근 다양한 색상과 소재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그네슘 합금, 스테인리스 등을 소재로 하고 흑백과 빨강, 분홍, 연두색으로 마감한 외장하드는 이제 심플함과 세련미를 갖춘 전자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씨게이트테크놀로지에서 판매하는 ‘프리에이전트 GO’와 후지쯔의 ‘Xena’의 경우도 다양한 컬러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외장하드를 구입한 김성미씨(29)는 “외장하드의 성능은 대게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마지막으로 보고 구매했다”고 밝혔다.
*MP3 - 휴대폰 잇는 액세서리 탈바꿈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아이리버처럼 MP3플레이어는 이미 디자인으로 승부를 결정 짓고 있다. 전통적인 사각형의 틀을 벗어나 삼각형, 원형의 디자인을 비롯해 심지어 미키마우스 캐릭터 모양의 제품까지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색상과 모양뿐 아니라 터치까지 접목된 MP3플레이어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애플의 아이팟이다. 얼마 전 등장한 2세대 아이팟 터치와 4세대 아이팟 나노 역시 디자인을 앞세워 이름값을 하고 있다.
MP3에 대한 다나와에서의 댓글을 통해서도 색상과 디자인, 터치가 접목된 제품이 중요한 선택기준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인 위주의 구매성향은 보통 여성과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외모와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젊은 층은 보통 스타일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불황기에도 디자인이 만족스럽다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전자제품이 아니라 패션 소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기획 설문에서도 74%가 ‘경기 침체기에는 단순하고 감각적인 것에 끌린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또한 디자인은 그 제품의 신뢰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불황기의 불안한 심리를 회피하려는 소비자들은 결국 만족스런 디자인으로 위안을 얻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황기라고 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꼭 닫혀있는 것만은 아니다. 고급스럽고 잘 만든 제품은 침체기에도 얼마든지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
다나와 정소라 기자 ssora7@danawa.com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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