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킹콩'의 주인공인 거대한 고릴라가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섬에 사는 동물은 본토에 사는 같은 종 동물보다 더 큰 몸집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남대서양의 고프섬에는 91㎝ 높이에 있는 앨버트로스 새끼를 낚아채 잡아먹는 괴물 쥐가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앨버트로스를 위협하는 이 괴물 쥐는 불과 수십년 전 바다표범 사냥선과 고래 포경선을 타고 이 섬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섬의 앨버트로스 새끼가 공급하는 무진장한 고기와 단백질을 먹고 원래 대륙에서 집쥐였던 동물이 몸집이 3배나 불어 거인 쥐로 변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인도양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이상한 동물들이 많이 출현했다. 키가 3m쯤 되는 융조(elephant bird)와 무게가 80㎏ 이상 나가는 여우 원숭이도 거인종들로 꼽힌다.
마다가스카르섬은 1억년 전 동아프리카대륙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거기에서 1만 종의 식물, 316종의 도마뱀, 109종의 조류 등 다양한 생물 종들이 진화했다.
이 섬에서는 거인성 진화와 함께 난쟁이성 진화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 대륙 서식 종보다 작은 크기의 하마·코끼리·사슴 등이 발견됐다.
인도네시아의 몇몇 작은 섬들에서 발견되는 코모도 왕도마뱀(Komodo dragon)도 몸무게가 최대 225㎏이나 나가고, 길이가 3m나 된다.
세계야생생물기금 인터내셔널의 진화생물학자인 수 리버먼은 “킹콩 정도는 아니지만, 섬에 사는 동물들이 거인성 진화를 겪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보고서들이 많다”며 “섬이 본토에서 멀면 멀수록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약탈자' 인류 침입으로 멸종위기
영화 ‘킹콩'은 섬 생태계의 또 다른 측면인 생물의 멸종을 증언하고 있다. 섬에 서식하는 생물 종들은 약탈자가 없는 환경에서 편안하게 진화했기 때문에 인류와 같은 육식성 침입자가 섬에 정착할 경우 엄청난 속도로 멸종 위기에 처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모리셔스섬의 도도새와 마다가스카르섬의 융조도 이 같은 이유로 멸종했다.
킹콩의 실제 모델은 섬처럼 고립된 지역인 동아프리카 비룽가산악지대에 서식하는 산악고릴라다. 이곳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전 세계 산악고릴라 700마리의 서식처.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산악고릴라를 살리기 위한 특별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밀렵과 벌목·질병으로 이 고릴라들이 곧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