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교 끝나도 외톨이 아니에요" - 어린이인터넷방송국 웹키즈뉴스 Since1997

빈곤층 학생 위한 '방과후 아카데미' 김요한 군

"이제 방과 후에 썰렁한 집에 혼자 앉아 저녁 차려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매일 청소년 수련관에서 친구들과 보충수업도 받고 운동도 하고 마술까지 배우거든요."

지난 9월부터 서울 중구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리는 '방과 후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김요한 군. 서울 장원중학교 1학년인 요한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수련관으로 달려간다.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반나절을 수련관에서 보낸다.

학원 다니는 친구들 부럽지 않아

이전까지 요한이의 오후 일과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거나 매일 밤 10시가 넘어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혼자 저녁을 챙겨먹는 것이 전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싱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는 아빠의 수입은 넉넉하지 않았다. 엄마는 4년 전 생활고를 못 이기고 가출을 했다. 지난해 8월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심각한 건강악화와 정신이상으로 바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현재는 요한이를 잘 알아보지도 못한다.

아빠는 휴일도 없이 매일 밤 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요한이를 돌봐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요한이를 학원에 보낸다거나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전혀 없다.

요한이는 “학교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기 바쁜데 저는 그동안 한번도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요"라며 "하지만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부터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청소년위원회는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국 46개 지역 청소년 시설에서 '방과 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생활 대상자 등의 자녀는 이곳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밤10시까지 보충교육…저녁식사도

방과 후 아카데미는 오후 3시부터 밤10시까지 아이들의 일과를 책임진다. 매일 국어와 영어, 수학 등에 대한 보충수업은 물론 요일별 특기적성 과정을 통해 마술, 농구, 수영, 노래로 영어배우기, 그림 그리기, 과학실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 각 반별로 담임교사가 있어 일대일 면담을 통해 아이들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상담해주고 함께 고민한다.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는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적지않다.

중구 청소년수련관 김천희 선생님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인지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정에 대한 열등의식과 가족에 대한 미움을 없앤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요한이는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술 담배를 하는 건전하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렸는데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운동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됐다”고 기뻐했다.

요한이는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은 일을 하시느라 바빠서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어려운 친구들이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방과 후 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