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내일부터 바야흐로 5월-. 이제 축제가 시작된다. 따뜻한 ‘봄볕’과 찼다 더웠다 변덕을 부리는 ‘봄바람’ 사이에 치여 미처 피우지 못했던 봄꽃들은 봄바람의 심술이 한풀 꺾이는 이때에 이르러 만개하고, 나비도 벌도 벌판으로 날아든다. 물기 오른 차(茶)나무들은 어린 새싹을 틔우고, 동네방네 차향을 퍼뜨린다. 자연은 벌써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미 베풀어진 계절 앞에 사람들은 잔칫상을 차려놓고, 외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전국 각지에서 꽃으로, 보리로, 차로 이 달이 주는 선물을 앞세워 잔치판을 벌인다. 5월 한 달간 예정된 대규모 축제만도 전국적으로 20여 개. 이름 없는 작은 축제는 더 많다. 동서남북 사방 어디로든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면 궁극엔 축제의 장에 도달하게 되는 것도 이 달이 주는 선물이다.
지지난해 말부터 온 국민이 애가 닳도록 닦아 냈던 서해의 기름 낀 바다는 이제야 제대로 된 푸른색을 찾아가고 있다. 안면도에선 그 바다 앞에 1억 송이의 꽃을 심고, 꽃과 바다의 축제를 벌인다. 봄 가뭄에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전북 고창의 청보리는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아 축제의 진용을 갖췄다.
자! 5월이다. 가족들이 화합의 정을 나누는 ‘가족의 달’이기도 하다. 경제는 어렵고, 세상엔 우울한 뉴스가 넘쳐나도 지금은 가족 모두가 즐기고 누려야 하는 시절이다. 가족들이 손을 잡고, 집 문 밖으로 나가 자연을 찾아가면 눈앞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은 잠시 잊자. 이들 자연이 베푼 축제를 즐기다 보면 그래도 또 한 해는 견딜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이 계절, 가보고 즐겨 볼 만한 축제를 찾아내 샅샅이 소개한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중앙일보 독자모델=정기락·정지민·김남희씨 가족, 촬영협조=와우파티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되살아난 바다가 보낸 일곱 색깔 초대장
지금 안면도에 가면 깨끗해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1억 송이의 꽃밭 사이를 거닐 수 있다.
이 바다는 2년 전엔 원유 유출 사고로 시커멓게 죽었던 곳. 이후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쓸고 닦아 되살려 놓은 그 바다다. 되살아난 바다가 이제 기름을 닦아준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은하겠다며 ‘꽃의 축제’를 벌인다. 2002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2009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다. 이번 주제는 ‘꽃, 바다 그리고 꿈’. 원유 유출의 악몽을 딛고 다시 꽃을 피우는 안면도의 꿈을 알리는 박람회다.
글=박상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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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가면 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세상을 만나게 된다. 박람회장 규모는 45만2894㎡(약 13만7000평). 7개의 실내 전시장과 15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24일 개막했다. 문을 열자마자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25만여 명이 찾았단다.
꽃 1억 송이가 핀 정원
이번에 전시되는 꽃은 57종 약 1억 송이 정도. 꽃들은 테마에 따라 서로 모이고 흩어진다. 입구엔 10여 종의 히야신스와 튤립이 잔뜩 피어 있다. 이 꽃들은 파도 모양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한편에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빠른 복구를 바라며 기도하는 토피어리 소녀상과 힘차게 도약하는 말을 둘러싸고 있다. 입구를 지나면 바닷길정원·파도정원·장미원·꽃과 나비정원·바다정원 등으로 이어진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닷길정원. 전국 16개 시·도를 상징하는 꽃배를 연못에 띄우고, 서해를 향해 전진하는 이미지로 연출했다. 각기 다른 꽃들로 장식된 배들이 2열 종대로 나란히 선 풍경 앞에선 너나 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조롱박정원이다. 30m의 인공 터널 안에 주렁주렁 매달린 다양한 모양의 조롱박 사이를 뛰노는 아이들에게 이곳은 놀이터다. 이번 주말이면 튤립과 장미도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안면도에 핀 백두산·한라산 꽃
실내 전시공간인 야생화관과 박람회 주제관인 플라워심포니관은 꼭 들러보자. 야생화관에는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들꽃 등 100여 종의 야생화가 피어 있다. 시로미·백산차·하늘개나리·날개하늘나리·중나리·흐니줄무늬털머위·거미줄바위손·큰꿩의다리 등 생소한 꽃들이 반갑게 맞는다. 또 야생화를 이용한 분재 200여 점, 100여 점의 야생화 사진 등도 색다른 볼거리다.
주말 나들이로 왔다는 김기은(44·회사원)씨는 “꽃과 바다가 어울려 너무 아름답고, 특히 야생화관의 키 작은 야생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정문 왼쪽에 있는 플라워심포니관의 입구는 100만 송이로 꾸민 10여m의 꽃터널이 압권이다. 이는 바다를 살려낸 120만 자원봉사자의 꿈을 상징한다고 했다. 4악장으로 꾸며진 전시공간은 악장별로 공간을 따로 꾸며 ‘꽃, 바다 그리고 꿈’이란 주제를 함축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4악장 ‘희망의 대화합’을 주제로 하는 공간은 가로 18m, 세로 5m의 초대형 화면을 이용한 장대한 스케일의 영상쇼를 통해 아름다운 꽃으로 물든 안면도를 연출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색 식물도 꼭 보자
춤추는 나무라 불리는 무초(舞草). 2002년 박람회 때에도 전시됐던 무초는 소리에 반응해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어린이나 여성들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불에 타고 꽃을 피운다는 그래스트리(Grasstree)도 인기다. 호주에서 자생하는 그래스트리는 키 작은 야자수 같은 몸통에 회초리처럼 가늘고 긴 초록색 잎이 산발한 머리처럼 무성하게 뒤덮여 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불이 나도 내화성이 강해 죽지 않는단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씨앗 ‘쌍둥이 야자씨’도 빼놓을 수 없다. 남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옆 세이셸군도 프랄린섬에 자생하는 야자나무 씨앗으로 가로 약 35㎝에 이른다. 모양이 여자 엉덩이처럼 생겨 인어의 화석이라고도 불리며,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조직위는 이를 위해 관람객이 만질 수 있도록 씨앗을 보관하는 투명 아크릴 상자에 구멍을 뚫어놓았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숭례문 토피어리는 박람회의 랜드마크다. 실제 크기의 절반 규모인 조형물은 팬지·루피너스 등 5종 6만 본이 투입됐다. 대문을 통해 바닷길정원, 그 너머로 서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는 길=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96번 지방도로를 타고 안면도로 들어가면 된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박람회장까지 연결되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자세한 운행 횟수와 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전철은 신창역, 철도는 홍성역에서 내린 후 노선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5월 20일까지. 입장료 1만5000원(어린이 8000원).
www.floritopia.or.kr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별별 도자기 다 있네 … 엄마, 우리도 물잔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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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도자기 축제에 ‘올인’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로 이천·여주·광주 일대가 온통 도자기 축제다. 올해 주제는 ‘불의 모험’. 5월 24일까지 꽤 넉넉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번 비엔날레는 ▶다양한 도자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프로젝트 ▶세계 도예인이 모이는 학술 프로젝트 ▶관람객을 위한 체험 및 교육 프로젝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페스티벌 프로젝트 등 네 가지 형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전시는 여섯 개가 동시에 진행된다. 국제공모전 입상작을 전시하는 ‘국제공모전’, 세계 도자의 경향을 보여주는 ‘세계현대도자전’, 최신 도자 트렌드를 반영한 ‘세라믹 Space&Life’(여주), 한국현대도예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한국현대도자특별전’, 전통문화의 조형 정신을 계승·발전시킨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공모전’, 분원 백자의 절제된 미의식을 보여주는 ‘분원백자전’(광주) 등이다.
‘세계현대도자전’은 작가들의 독창성이 두드러졌다. 특히 일본 도예가 쓰요시 시마의 작품 ‘거대한 삼나무의 거룩한 영혼’은 높이 184㎝, 무게 1.1t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로 눈길을 끈다. 여주세계생활도자관에서 열리는 ‘세라믹 Space&Life’전에서는 도자기가 공간 예술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도자기가 벽으로, 문으로, 인테리어 오브제로 응용된 자리다. 흙 밟기, 흙 던지기, 물레 성형, 핸드페인팅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도자 체험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가는 길=이천세계도자센터 중부고속도로-서이천 IC 이용, 영동고속도로-이천 IC 이용 여주세계생활도자관 중부고속도로-곤지암 IC 이용, 서울외곽고속도로-성남 IC 이용 경기도자박물관 영동고속도로-여주 IC 이용, 3번 국도 이용-이천 경유
입장료=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가족권(4인) 1만2000원. 티켓링크(ticketlink.co.kr)에서 예매하면 20% 할인된다.
고창 청보리밭축제
아빠, 보리피리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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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우연히 시작됐다. 1990년대 말부터 전북 고창엔 5월 보리밭을 구경하러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더니 매년 그 인파가 부쩍부쩍 늘어갔다. 이들을 불러들인 곳은 공음면 선동리에 있는 학원농장 일대. 이곳은 56만㎡나 되는, 구릉을 낀 너른 들판의 사방 천지가 보리밭이다. 고창의 옛 이름은 보리 모(모)자를 사용한 모양현이었다. 예부터 보리가 흔한 고장이었다.
고창군은 이에 고무돼 보리밭을 배경으로 축제를 열었다. 2003년 그 첫 행사가 시작됐다. 이 축제에선 춤추고 놀지 않는다. 다만 이 시기에 이르러 푸르러지는 보리밭 사이를 걸을 뿐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보리밭 사이를 걷노라면 세상은 온통 초록 물결이다. 초록에 파묻혀 한 시간여를 걸으며 행사장을 도는 것으로 마음까지 싱그러워진다.
아직 보리는 많이 자라지 않았다. 학원농장 주인이자 축제준비위원장인 진영호(61)대표는 “봄가뭄이 지독했던 탓”이라고 했다. 그나마 지난 주말 뿌린 비 덕분에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
이번 주말부터는 그야말로 제대로 푸른 청보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된다. 보리들은 하루하루 자라 5월 초순께가 되면 어른 허벅지 높이까지 커,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 시기를 넘기면 이삭이 영글고 갈색으로 변해 수확을 기다리게 된다. 여기서 잠깐. 청보리축제에서 보는 보리는 청보리가 아니다. 겉보리다. 쌀보리보다는 껍질이 두꺼워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자라는 모양새가 가장 아름다운 보리다. 청보리는 과거 총채보리로 불렸던 사료용 보리를 이르는 말. 2006년 농림수산부가 느닷없이 보리 명칭을 바꾸면서 살짝 헷갈리게 됐다.
축제 기간 중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보리밭 사잇길 보물 찾기와 나무공예·보리강정·보리피리 만들기 등 체험행사가 열린다. 지역 상인들이 마련한 먹거리 장터에선 다양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나와 15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아산면·무장면을 지나면 된다. 5월 17일까지. 무료.
www.chungbori.gochang.go.kr
봄꽃 나들이, 여기요 여기
2009 고양국제꽃박람회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23일 개막, 5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온 누리 꽃 누리’라는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는 11만2000㎡ 규모에 희망관·기쁨관·행복관 등 3개 실내 전시관과 22개 야외 테마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1만여 종, 1억 송이의 꽃이 전시 중이다. 7억원을 호가하는 수령 1600년의 주목나무 분재, 높이 2m 크기의 박쥐란 등 희귀식물, 2만5000개의 비모란 선인장으로 장식된 ‘장미란 선수가 역기를 드는 조형물’ 등이 인기다. 입장료 9000원(어린이 6000원). 킨텍스 임시주차장과 일산선 정발산역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www.flower.or.kr
합천황매산철쭉제 경남 합천 황매산(1108m)은 800m 고지에 약 60만㎡(약 18만 평)의 철쭉 군락지를 품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다. 황매산은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산자락을 담고 있는 형상이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매화와 같다고 해서 수중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축제는 이곳에서 5월 2일 개막, 17일까지 계속된다. 농악놀이·국악공연(이상 3일), 산상음악회·보물찾기(이상 5일)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황매산철쭉제전위원회 055-934-1411.
청남대 개방 6주년 기념 봄꽃축제 충북 청원군 대청호반에 있는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곳에서 ‘자연 속의 흥겨운 봄의 향연’이란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단순한 전시에서 벗어나 문화예술공연·전시회 등 관람객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이 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리더십 스쿨’은 역대 대통령의 숨결과 역사 자료, 발자취 등을 보고 느끼며 대통령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이외에 드라마 명장면이 실사 전시된 TV드라마 체험, 대통령 수결 체험, 왕과 비 체험, 향기 체험 등도 있다. 5월 31일까지.
제암철쭉제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전남 장흥 제암산(807m)에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철쭉은 인근 사자산(666m) 등성이에서 제암산 정상을 지나 장동면까지 폭 50m에서 200m에 이르는 철쭉 군락이 6㎞ 가까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행사 기간 철쭉선아 선발대회, 꽃씨 풍선 날리기, 소망 리본 달기, 철쭉 가족사진 촬영, 철쭉 어린이 선발대회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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