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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만들기, 소리, 촉각, 맛과 후각을 사진에 담는 미션에선 아이나라님의 '하트~', 김평님의 '시간이 흐른 후', 방현수양님의 '잭과 콩나무', 작은아씨님의 '꽃 나들이 가는 잉어'를 우수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대사나 음향효과가 흘러나오는 동영상과 달리 사진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오롯이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찍는 과정부터 그렇습니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이 과정에서 카메라의 파인더를 거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적으로 시각에 의존합니다. 거기에서 벗어난 사진을 찍어보자는 것이 11강부터 14강까지의 내용이었습니다.

11강에선 공감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손짓, 몸짓으로 메시지를 만들자는 이야길 했고 하트 만들기를 미션으로 제시했습니다. 예상보다 미션참가작이 적어서 좀 당황했습니다만 우수작 선정엔 무리가 없었습니다. 우수작으로 뽑힌 아이나라님의 '하트~'엔 총 35명의 천사 같은 어린이들이 등장합니다. 35명이 줄을 지어 하트모양을 그리고 있는데 각 어린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으므로 사진 보는 재미가 각별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손을 오므려 제대로 하트모양을 만들었고 또 어떤 아이들은 머리 위로 팔을 들어올려 하트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특권은 자유롭다는 데 있습니다. 이 사진촬영을 위해 아이나라님이 어떤 주문을 했을 것인데 딴짓하는 친구들이 많아 보여서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학원이나 컴퓨터나 게임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골목길 아이들 신발도 제각각, 소리도 생생

12강에선 "소리를 잡아라" 라는 미션이 나갔습니다. 사진을 찍는 현장에선 자동차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차 소리, 사람들의 소음 등 온갖 소리가 귀에 들리면서 동시에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사진으로 옮겨지는 순간, 시각 외의 요소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장감 있는 사진이 어렵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연상시킬 수 있는 물체를 프레임에 담아 눈으로 사진을 보면서도 소리가 퍼져나오게끔 하자는 미션을 제시했습니다.

김평님의 '시간이 흐른 후'를 우수작으로 골랐습니다. 아이들이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놀다가 밥을 먹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고 놀잇감을 찾아 단체로 이동하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김평님의 갤러리로 가서 다른 사진을 봤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장소는 서울 이화동이었고 다리의 주인공들로 보이는 다른 사진들을 몇 장 더 볼 수 있었습니다. 잘 놀다가 다투는 장면, 끼리끼리 짝을 지어 골목을 달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운동화, 샌들 등 신발도 제각각입니다만 이들이 걸어가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생생히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공감각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직접 소리가 귀로 들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 감상에 있어 시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감각도 사용해보면 훨씬 심도 있게 사진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사진은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 사진입니다. 후보정이나 합성이나 해체와 변형을 통한 추상사진이 아닌 그냥 셔터만 눌러서 찍은 사진에서도 소리를 심을 수 있습니다.

사진 제목 보기도 전에 바로 "아 그렇구나!"

13강에선 촉감이나 질감을 담는 것이 미션이었습니다. 종이에 인화된 사진을 만져보거나 모니터에 올라온 사진을 만져봤자 매끌매끌할 뿐인데 무슨 난데없는 질감이냐는 분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눈으로 보면서도 거칠고 부드럽고 미끌미끌하거나 푸석푸석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그런 마음으로 찍는다면 분명히 사진을 보는 관객들도 그런 마음으로 촉감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13강의 우수작은 방현수양님의 '잭과 콩나무'입니다. 사진 제목을 보고 나서 "아 그렇구나"라고 느낀 것이 아니었고 제목을 보기도 전에 분명히 잭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던 동화이야기가 떠올랐으니 방현수양님은 아주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모니터로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사진엔 얇은 필터가 걸쳐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가의 메모를 확인했습니다. 방현수양님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확 트인 하늘과 대비되도록 아래쪽을 벽으로 막아 둡니다. 가능한 한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 위로 뻗어 올라가는 느낌을 강조합니다. 공사장의 방진망의 질감이 사진 전체에서 느껴집니다. 쉽게 찾을 수는 없지만, 막상 찾게 된다면 그냥 지나쳐 버릴만한 피사체일지도. 늘 소소한 일상 속 듣보잡 감성을 발견하는 방쿤입니다." 공사장 방진망의 질감이 사진을 통화 속 세계로 이끄는 결정적인 장치가 된 것입니다. 본인은 소소하다고 말했지만 대단한 눈썰미입니다.

긴 기다림 끝에 잡아챈 순간, 차원이 달라

향기와 맛을 프레임에 담자는 14강의 우수작은 작은아씨님의 '꽃 나들이 가는 잉어' 입니다. 제가 미션을 제시하고 나서 기대한 사진들은 꽃이나 향수, 맛깔스러운 음식의 사진이었는데 작은아씨님은 그 차원을 넘어선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어떤 연못에서 잉어가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답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 잉어의 꼬리와 꽃이 붙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을 잡아냈다고 합니다. 물론 꼬리지느러미에 꽃이 매달린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에선 그렇게 보입니다. 마치 어떤 맵시 있는 잉어가 꽃 치장을 하고 나들이를 가는 듯한 예쁜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꽃향기가 절로 느껴졌다는 점에서 우수한 사진이었고 사진가의 아이디어와 기다림이 빛을 발한 장면입니다. 사진은 눈으로 찍고 보는 매체입니다만 시각의 확장을 위해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촉발하는 사진을 찍자는 것이 저의 의도였습니다. 이 모든 감각의 기본엔 상상력이 깔려 있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야 가능한 사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바로 ‘꽃 나들이 가는 잉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곽윤섭의 사진 마을 http://photovil.hani.co.kr/

35명 천사들의 천진난만함에 웃음이 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