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공정택 전 교육감 구속을 계기로 잠잠해질 것 봤지만 학교장들의 비리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경찰이 학교장들의 수학여행 리베이트와 관련, 무더기로 전.현직 교장들을 조사하고 있다.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관련 리베이트는 사실 ‘관행‘처럼 굳어지고 애써 무시해 온 교육계의 나쁜 습성이었다. 왜 자꾸 교장선생님들이 죄인이 되는 지 그 배경을 짚어본다.
▲ 교육계비리가 이번에는 수학여행 리베이트로 번졌는데 이 문제는 사실상 아주 오래된 관행이었지 않나?
= 사실 수학여행 관련 리베이트 관행은 학교 현장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연원을 따져봐도 너무나 오래된 문제이고 누구나 ‘다 그런 것 아니야'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겠다. 사법당국도 그동안 건드리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런데 올 초부터 교육계비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급기야는 수십년 된 학교 현장의 ‘행사비 리베이트’ 문제까지 수사대상에 오르게 됐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서 깨끗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벌거숭이‘처럼 적나라하게 벗겨지는 학교 비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걱정이다.
▲ 학교장들의 행사비 리베이트 사건 수사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
= 경찰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학여행과 현장학습 등 학교행사를 유치해 온 관광버스 회사 1곳과 유스호스텔 1곳을 압수수색하면서부터 이 사건이 시작됐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학교장만 157명이라고 하니까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액수에 상관없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서울 시내 초등학교 전.현직 교장이 120명이라고 한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이 586명쯤 된다고 하니까 5명중 한명은 이번사건으로 조사대상에 오른 셈이다. (나머지는 중등과 서울 외 지역 전.현직교장) 경찰의 설명을 들으면 더욱 놀랄 수 밖에 없는데...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2년은 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한다. 그 만큼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 리베이트 관행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건가?
= 업체와 수사팀의 얘기에 따르면,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리베이트 비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관광회사나 숙박업소가 영업사원(은어, 보따리)을 고용해 학교장들을 상대로 수학여행 같은 유치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업체 사장들이 직접 학교장을 상대로 영업하는 방식이 있다. 세 번째는 관광업을 하는 사람이 버스와 숙박업소를 알선해주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두 번째 방식, 그러니까 업체 사장이 직접 학교장들을 상대로 한 로비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전직교장을 고용해 영업상무로 내세우기도) 리베이트가 학생당 얼마나 되는 지 이런 것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두 번째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는 이유는 직접영업에 따른 학교장들의 리베이트금액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를들면, 영업사원이 끼면 교장선생님의 리베이트가 15%정도 되지만, 직접영업 대상이 되면 리베이트가 30%에 이른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 모든 교장선생님들이 리베이트 비리에 연루됐다고 볼 수는 없는데 주로 어디에 쓰나?
=학교 선생님들에게 여쭤보니까, 리베이트의 사용처는 학교 현장도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그 돈을 오래된 낡은 책상을 교체하는데 쓰시는 분도 있고, 또 화장실 청소부 임금으로 사용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반면 어떤 분은 학교에서 행사 회식비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교장은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나? 하는 것이 선생님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교장 선생님들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떤 학교는 행정실장의 문제일 수 도 있다고 한다.
▲ 학교에는 공식적으로 학교 운영비가 지급되고 있지 않나?
= 일선 학교에는 학교운영비가 지급되고 있고 학교장에게는 업무추진비가 지급된다.업무추진비는 40-50만원정도 되는데 사실, 이 돈은 월급에 포함된 봉급개념이다. 학교 운영비 교부를 보면, 인천지역 학교의 경우, 학교에 4백만원, 학급당 6만원, 교사 1인당 8만원이 책정돼 지원된다. 그러니까 30학급 규모라면 연간 900만원에서 천만원정도다.
▲ 리베이트에 관련된 그 많은 교장들이 모두 사법처리 대상으로 봐야 하나?
= 경찰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만, 항상 경찰 수사가 항상 미더운 것만 아니니까, 지켜봐야 할 것같다. 하지만 ‘개인착복행위’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엄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조조적인 부분에서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리베이트 사슬’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교육계 비리가 이번 일로 끝이냐하면 누구도 그렇다라고 단언 할 수 없을 것. 그렇다고 모두 공개적으로 수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교사들의 명예를 유지하면서도 투명한 논의를 통해 이번기회에 개선을 해나야 할 것으로 본다.
출처: 노컷뉴스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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