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링크 벽면 스크린에 지난 4년간 전 세계피겨 팬을 열광시켰던 김연아의 연기 장면이 하나둘 흘러갔다.

은은한 선율과 함께 팬들이 한창 추억에 젖어들 무렵, 무대가 열리며 흰색 재킷에 청바지 차림을 한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

환호 속에 등장한 김연아는 한 차례 링크를 돌며 1만1천여 관객에게 답례를 보냈고, 이어 오프닝곡으로 힙합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아이브 갓어 필링(I`ve Gotta Feeling)`의 비트가 터져나오자 14명 출연자를 이끌고 선두에 서서 신나는 춤을 췄다.

16일 저녁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펼쳐진 `KCC 스위첸 페스타온 아이스 2010`는 김연아를 비롯해 세계적인 스케이터들이 꾸민 열정적인 연기로 때아닌 4월 추위를 날려버렸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불가능한 도전`. 김연아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에 맞춰 관객에게 다시 첫인사를 올리며 화려한 쇼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10월 개막한 그랑프리 시리즈를 시작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꿈만 같았던 `불가능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연아는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부 마지막 순서로 다시 나온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공개했던 갈라 연기를 펼쳤다. `타이스의 명상곡`에 맞춰 진행된 갈라 프로그램의 주제는 `감사`다.

8개월 동안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늘 영상으로만 연기를 지켜보며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국내 팬들에게 김연아는 가장 완벽하고 우아한 연기로 보답했다.

은은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와 더블 악셀, 트리플 살코 등을 모두 완벽하게 뛰어오르며 프로그램을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클린 연기`를 펼치며 성실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자 출연자들과 함께 2부 오프닝 무대에 등장,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에 맞춰 깜찍한 `달리기춤`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다시 달군 김연아는 2부 11번째 순서로 나와 드디어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선보였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짧은 연기에 이어 전 세계를 홀린 검은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빙판에 등장한 김연아는 고난도의 콤비네이션 점프는 시도하지 않고 연기를 이 어갔다.

더블 악셀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한 것을 제외하면 결점 없는 연기를 펼친 김연아가 마지막 `권총` 동작을 마치자 링크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김연아는 마지막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에 맞춰 엉덩이를 흔드는 이른바 `시건방 춤`까지 선보였다. 김연아가 색다른 모습을 보일 때마다 8개월을 기다려 온 팬들이 더욱 큰 박수와환호로 화답했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