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날로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 원년(元年)'으로 선포했다. 교육을 통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다짐이다. 국정브리핑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교육격차의 원인과 그 대안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1. 교육안전망 '촘촘히' 2. 1郡 1우수高 3. 소외계층 멘토링 4. 평생학습도시 5. 유아교육비 지원 6. 부모마음대출 7. 코시안, 제2의 혈육 |
가난한집 딸 · 아들이 서울대에 수석합격 하던 시절
못 배워서 가난하고, 가난하니 또 못 배우고…. 살다 보니 가난이 죄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경제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을 기뻐하는 한쪽에서는 가난이 돌이킬 수 없는 원죄처럼 대물림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30년 전, 40년 전…. 그때 역시 가난하면 배움의 길에 다다르기 힘들었다. 하지만, 너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하니 배움의 길은 부자의 그것과 가난한 자의 그것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억한다. 식모살이하는 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국립 서울대학교에 수석합격하고, 부잣집 외아들이 대학엘 못 가서 고생고생 하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던 시절을… 그래서 부잣집 마나님도 자신이 부리는 아주머니를 무시하거나 홀대할 수가 없었더라는 이야기들을….
계층 이동의 활발한 창구였던 교육의 현주소는…
농촌은 또 어땠던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농사일을 돕느라 매일 지게 지고 앞산, 뒷산을 헤매던 영식이가, 호롱불 켜고 주경야독 끝에 국립 서울대학교에 떡 하니 합격해서 마을 전체가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지 않은가. 그 당시엔 이른바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의 신입생 합격자 명단에 가난한 집 자식들도, 당당히 절반 이상 오를 수가 있었다. 이들이 나중에 대학을 졸업해서 법관으로, 공무원으로, 중견 기업의 회사원으로… 우리 사회의 당당한 동량으로 커 나왔다. 한강의 기적과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일궈내는 데 많은 부분 기여했음은 물론이고….
인천논곡중학교 학생들이 인하대사범대 명예교사로부터 방과 후에 수업지도를 받고 있다.
동맥경화로 통로 좁아지고 출구 막혀
지금은 어떤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이른바 명문대학교 입학생 중에서 가난한 집 자식들이 드물고, 귀하게 자란 학생들로 넘쳐난단다. 식모살이하면서 아들을, 딸을, 명문대학교에 공부시키는 장한 부모님들을 이젠 만나기가 힘들다. 먹고살기가 모두 좋아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교육은, 지난 시대를 통틀어 우리 사회의 계층 간 활발한 이동을 돕는 중요한 창구였다.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그 통로가 좁아지고, 출구가 막히고 있다. 계층 간 이동의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은 잘 배우니 또 더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못 사는 사람은 배울 기회를 잡지 못하니 더 못 살게 되고, 계층 간 자유 이동의 도구가 되어왔던 교육이, 이제 그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시대건 사회가 발전하려면 계층이동이 원활해야 하는데 교육의 격차가 계층이동의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회학자들의 지적은 우리들의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걱정하고 있다.
낙후지역-저소득층-소외계층 위한 교육안전망 이런 걱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날로 심화되는 사회양극화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 원년(元年)'으로 선포하고, 낙후지역-저소득층-소외계층의 교육안전망(Edu-Safety Net)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난 대물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건전한 사회발전의 기틀을 다지기 위함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째, 4만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 청소년, 660만 명에 달하는 중졸 미만의 저학력 성인, 탈북자 자녀, 코시안(KOREAN +ASIAN), 외국인 근로자와 그 자녀 등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기회를 제공, ‘낙오되더라도 재도약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별히, 코시안 교육을 위해서는 지역인적자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지방의 5개 시도에 100억 원을 투자,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한다.
한번 낙오되더라도 재도약 가능하게 둘째, 대도시와 중소도시 저소득지역은 물론, 농산어촌에 이르기까지 전국적 교육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 농산어촌에 1군 1우수고를 지원, 지역마다 명문고를 육성한다. 또한, 평생학습도시 15곳을 올해 중 새로 지정, 1도시 1특성화를 유도함으로써 총 48개의 학습도시에서 지역 주민의 취업을 지원하고 성인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동안 대도시 중심으로 운영되던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도 전국의 중소도시 15곳이 추가로 지정되어 총 48개로 늘어난다.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에서는 지역별로 방과 후 학교가 허브(HUB)로써 각 부처의 문화·복지사업을 통합·연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방과 후 학교는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생의 40%인 313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과 우수 강사의 확보가 이루어질 전망이고 선정되는 9개군을 중심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1인 1강좌 무료수강 등 저마다 독특한 학교 운영모델이 개발되게 된다. 또한 내년부터 도입되는 바우처제도를 통해 농산어촌 지역과 도시 저소득층 자녀의 수강료가 지원된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 연인원 50만 명에 혜택 셋째,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취학 전 만 5세아에 대한 무상교육비 지원도 올해 14만2000명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이는 작년 8만1000명에 비해 75%나 증가한 것이고 이와 병행하여 만3~4세아에 대한 차등교육비 또한 5만1000명에서 15만5000명으로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 ‘저소득층 자녀라도 교육에서만큼은 소외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넷째, 능력과 의욕이 있는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신용을 보증하는 대학 학자금 대출(부모마음 학자금 대출)을 연인원 50만 명의 대학생이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확대 시행한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전문대학생들이 전공 관련 일자리를 경험하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 장학제도도 지방소재 전문대에서 수도권까지 전면 확대, 연인원 5000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가난 구제, 교육에 그 해법이 있다” 옛 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쓴다면 소득을 보전해 주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왜 없을 것인가? ‘교육격차 해소'는 교육을 통한 사회양극화 해법이다. 그리하여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고,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건전해지고 건강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격차 해소 노력으로 과연 가난이 대물림되는 연결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 것인가? 정책이라는 것은,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제도를 시행하는 담당자들이나, 정책 소비자들이 모두 관심과 정성을 갖고 지켜볼 때, 정책이 제대로 착근되고, 교육 격차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 우리의 고질병으로 다가오는 ‘사회 양극화'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힘차게 밝아 온 2006년이, 말 그대로, 교육격차 해소 원년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