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240조원짜리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이하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13조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토로라는 삼성전자, LG전자, 대만의 HTC, 일본의
교세라, 소니에릭슨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사용해 휴대폰을 팔고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지금까지 OS를 안드로이드로 채택하는 다른 업체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했지만, 구글은 자기들이 인수한 모토로라를 우선 순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삼성전자, LG전자는 또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구글이 특허 때문에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과정에서 구글과 삼성전자는 일단 서로 지켜야 할 예우는 갖췄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를 발표하기 전에 삼성전자에 미리 알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인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의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인 삼성전자·구글은 장차 존망(存亡)을 결정할 수도 있는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인수로 휴대폰 원조기업인 모토로라의 특허가 애플의 특허 공세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망한다.
하지만 인수 금액과 구글의 과거 행태를 보면 구글이 특허 때문에 13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13조5000억원은 구글이 보유한 현금의 30%에 달한다.
구글은 지난 6월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의 특허 인수 경매에서 4조5000억원을 제시한 애플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해 애플에 밀렸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휴대폰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구글의 휴대폰 광고 수익이 연간 2조원 대여서 이번 13조5000억원에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구글이 예전처럼 모토로라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구글에 뒤통수 맞은 삼성전자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선할 때마다 모토로라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안드로이드에 맞는 휴대폰을 모토로라가 먼저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구매력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앱도 있다. 앱이 많을수록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커진다. 그간 앱 개발자 입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보다 매력이 떨어졌다.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앱 역시 개별 휴대폰에 일일이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앱 개발자에 있었다. 이에 반해 애플용 앱은 아이폰 하나에 맞는 앱만 개발하면 되기에 앱 개발자는 안드로이드보다는 아이폰에 끌리게 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폰의 이런 폐해를 극복하고자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분석이 있다. 강경수 SA 디렉터는 "구글은 그간 안드로이드의
테스트베드(testbed·시험무대)가 되는 전용 휴대폰이 없어서 개발의 한계를 느꼈다"며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을 기준으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 향후 모토로라 휴대폰이 안드로이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전자, LG전자는 구글이 소유한 모토로라보다 시기나 성능에서 한발 늦은 휴대폰을 내 놓을 공산이 크다. 휴대폰 제조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구글이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체들의 뒤통수를 때린 셈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제라도 구글이 아닌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노키아가 웃는 이유
삼성전자에게는 구글의 대안으로 인텔의 '미고', HP의 '웹OS'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등이 있다. 이중 미고, 웹OS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 이를 잘 알기에 삼성전자가 애플과 맞설 상대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것이다.
유력한 대안은 노키아가 선택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번 구글의 인수가 발표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휴대폰 업체들이 윈도7을 채택한 휴대폰을 많이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윈도7 진영이 강화된다. 윈도7 진영에서 고군분투하는 노키아의 향후 전망은 밝아진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발표된 15일 노키아 주가는 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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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osun.com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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