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학교장 권한과 책무성은 강화됐다. 교육 당국은 다양한 인사·계약제도 개편과 학교운영위원회 역할 비중을 높여 교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교장은 각종 교육비리와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내년 2월 정년 퇴임하는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출처가 불분명한 수천만원 대 돈을 관리했던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해당 교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관리한 돈의 일부가 업체로부터 수수한 대가성 금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2010~2011년 퇴직을 앞둔 교장이 재직하고 있는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벌여 계약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교장과 교직원 238명을 징계 조치하기도 했다. 이 감사에서 적발된 학교는 전체 감사 대상교의 76.1%에 달했다.
앞서 시교육청 감사에서 멀쩡한 교장실을 호화롭게 리모델링한 초·중·고교 46명이 적발됐으며, 민간업체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교장들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기관에 입건되기도 했다.
방과 후 학교 컴퓨터 강좌를 위탁한 업체들로부터 과도하거나 목적이 다른 물품과 금품을 기증 받았던 학교들이 감사에서 지적된 것도 교장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 교장을 견제하는 장치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학교운영위를 구성하고 있는 학부모는 자녀를 학교에 맡긴 상대적 약자이며, 외부 인사들이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들이 민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직원들이 교장을 감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도적으로 계약업무와 교직원 채용 등은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나 심의를 얻도록 했지만 최종 결정권자가 교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학교운영위 등이 심사해 계약업체 순위를 매겨도 교장이 뒤엎거나 추천을 통해 기간제 교사 등을 사실상 임명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수의 학교 교장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거의 없지만 업체와의 돈 거래가 낀 건강하지 못한 거래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며 “적정 가격에 좋은 물건을 공급 받겠다는 교장의 가치관, 학교운영위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당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교육청의 감시와 견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