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얼마 전에는 공영 주차장도 놓아주더니, 이번엔 도서관까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동네 살면서 괜히 주눅도 들고 그라는데, 그래도 이런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나랏돈으로 이곳 저곳 고쳐주고 있으니까 그저 고맙지예.”
부산시 연산3동에서 밤골 작은도서관을 찾아 헤매다 만난 한 할머니가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시고는 구수한 사투리로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부산시의 정책이주지 주민복지사업 및 고지대 그린테마 조성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연산3동의 주민복지시설을 찾던 중이었다.
부산시는 지난 2010년부터 시행해온 정책이주지 및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대한 주민복지사업을 비롯해 고지대 그린테마 조성사업을 최근 모두 완료했다.
부산시 도시정비담담관실 송흥동 담당자는 “이번 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정책이주지의 불량건물과토지를 매입·정비해 주차장과 주민복지시설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라며 “원도심지역 영세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 부산시 수정6구(연산3동) 주거환경개선지구 사업 전(좌)과 후(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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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수정6구(연산3동) 주거환경개선지구 사업 전(좌)과 후(우) |
실제로 영세시민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 서민생활환경 개선사업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정책이주지 주민복지사업으로 4개구 14개 사업장에 84억 원을 투입,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운대구 반여동 8곳에 22면의 소규모 주차장을 비롯한 총 93면의 주차장 설치를 마쳐 주차난으로 고통을 받던 인근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해운대구 반송동 주차장 건립 공사 때는 인근 건물 벽화사업도 함께 진행해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9월 완공된 해운대구 반여동의 아이해피센터, 남구 용호동의 공립어린이집, 사하구 신평동의 주민복지시설 역시 지역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켰으며, 서구 동대신9동과 동구 수정6동에서 추진한 고지대 그린테마 조성사업(주민쉼터, 운동시설, 쌈지공원, 전망대 조성)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산시 연제구 연산3동 밤골 작은 도서관에 직접 찾아가 본 결과 그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과거, 쓰러질 듯한 건물 한 채가 있던 자리와 공터가 있던 자리를 부산시가 매입해서 도서관을 지은 이곳은 사실상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연산3동에 새로 건립된 밤골 작은도서관은 부산도시철도 배산역 5번 출구에서 내린 뒤, 급격한 경사로를 따라 형성된 산동네를 따라 약 10분정도 걸어 들어 간 후 또 골목을 찾아 들어가야 할 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히, 일정 골목 이상 들어선 순간부터는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경사가 심하고, 길이 좁아 일반 도로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밤골 작은도서관에서 조그만 더 올라가면 몇 집 건너 폐가가 있을 만큼 사실상 거주지로는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자칫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 | 차가 다닐 수 없을만큼 좁은 도로와 밀집된 주거지역과 경사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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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좁은 도로와 밀집된 주거지역과 경사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
부산시는 이곳의 허물어져가는 집 한 채와 공터 일부 땅을 함께 시비로 구입 한 뒤 본격적으로 작은 도서관 사업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여름 밤골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방학 때는 약 100여 명 내외의 학생과 주민, 학기중에는 약 30명 내외의 동네 주민들이 꾸준히 이용하는 알짜배기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밤골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처음에는 도서관이 생겼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며 “기존에 배산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경사로를 내려간 후 길을 건너서 좀 더 걸어가야 하는 만큼 불편해 사실상 밤골 도서관이 이 동네 주민들에겐 훨씬 더 편리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 | 지역의 알짜배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밤골 도서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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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 알짜배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밤골 도서관 |
밤골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식집을 운영중인 한 주민은 “처음에 도서관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차라리 동네 노후 건물 페인트칠이나 해주고, 가로등이나 하나 더 세워주지 하는 마음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며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문화생활을 누리 는 건 사치였는데, 골목만 배회하던 아이들이 가서 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책도 보는 모습을 보니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에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기보다는 시간 변동이 많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어린 학생들이 휴대폰을 들고 직장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골목을 지나다니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 학생들에게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밤골 작은 도서관은 사실상 안전한 보금자리나 다름없었다.
 | | 모든 주민들이 문화공간을 향휴 할 수 있도록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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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골 작은도서관 내부. 모든 주민들이 문화공간을 향휴 할 수 있도록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었다. |
유괴나 범죄 사건의 대부분이 소외된 지역의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빈 집이 아닌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보며 부모님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겐 단순히 도서관의 의미를 넘어선 곳이었다.
부산시 도시정비담담관실 송흥동 담당자는 “서민생활 환경 개선 및 서민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발굴해 소외지역 주민들의 생활 편의와 안전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두 명의 사서가 항상 대기 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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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안에는 사서 2명이 항상 대기 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
한편, 부산시는 지속적인 서민생활환경개선사업 시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이주지와 시영아파트 등 서민주거지의 종합정비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이주지 등 주거지 환경개선 종합계획수립’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밤골 도서관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정책다운 정책이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공감코리아 정책기자 최주혜(고등학생) jewelleryjoo@naver.com
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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