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도 사랑이!
나도 아프고 힘든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까? 심지어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의 일이다. 그것도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서 버젓이 일어났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까지 서로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기던 영국군과 독일군 병사들이, 자기 고향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오갔다. 전투가 한창이던 때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 땅거미가 깔리는 조용한 전선의 독일군 참호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수천 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이윽고 독일군 병사들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전쟁터에 갑자기 여러 곡의 아름다운 캐롤이 울려퍼지니 이번에는 영국군 측에서도 캐롤을 불렀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캐롤을 부르고 나자, 갑자기 양쪽에서 몇몇의 병사가 참호를 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 수백 수천이 뒤를 따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병사들은 서로 담배를 나누어 피며 고향 얘기, 가족 얘기를 하면서 마치 친구처럼 서로 어울리며, 서로가 느끼는 아픔을 나누었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결국 서로가 느끼는 아픔이 같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가진 공감의 능력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전쟁터에서조차 그러한 장벽과 은폐의 심리를 걷어내면, 서로가 아픔을 공감하면서 현실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픔의 주체들이 스스로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시행한 연수의 핵심은, 전쟁터에서도 가능한데, 평화롭고 안정된 지금의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학교폭력과 학생인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에 있다.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 사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더디지만 가장 빨리가는 지름길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픈 법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학교가 되려면?
서울시교육청은 4월 12일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초․중․고․특수․각종학교 교장 1,338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 ‘생명존중(자살예방)’,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학생인권과 행복한 학교’ 만들기 등을 주제로 교장 연수를 실시했습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폭력의 특징과 대책’에서 생명존중과 학생인권을 살릴 수 있는 ‘행복한학교 만들기’ 비전과 학교 폭력의 특징과 대책을 제시하며, 모두가 솔선수범하는 문제 해결을 제안했는데요.
문 교육감은 “학교폭력은, 가해자는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하고, 피해자는 신고를 못하는 이상한 기현상을 보이며, 이 때문에 폭력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나 악화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더욱이 “교사와 학부모가 눈치 채기 어려운 방식으로 은폐되기에 가해자는 영웅처럼 부각되는 반면 피해자는 극도의 위축감을 갖게 되는 이상 징후를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너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문 교육감은 이러한 현실적 진단을 바탕으로, <비등점 접근법>을 제안했는데요.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캠페인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가해자, 목격자, 피해자 모두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듦으로써, 학생 스스로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제지하는 압력조직이 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문용린 교육감은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학생들 사이에 선한 마음의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둘째, 지역사회의 시민과 학부모 봉사단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셋째,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부터 시작하자.
문 교육감은 뉴욕시의 학부모 캠페인 및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 지역사회의 시민단체와 학부모가 움직여서 우리의 학교에서 악한 의지가 발동하지 못하고 선한 의지가 불타오르도록 아이들의 정의감을 살릴 수 있는 공감의 능력을 살려야 한다”며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한 “가해자에게는 죄책감을, 피해자와 방관자에게는 친구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라는 공감을 용기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학부모, 교사, 학생 우리 모두에게서 불타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문 앞에서 행복을 나눠주세요!
그렇다면 이런 “행복한학교 만들기”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문 교육감은 “3,4,5월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자리잡기 위한 경쟁을 하는 시기”라며 “그 여파로 학생들 간의 싸움, 분쟁, 학교폭력도 일어난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학교부적응이 생기고 이 때문에 3,4,5월이 자살의 아픈 씨앗이 심어지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교육감은 학교를 들어서는 교문 앞 실천에서 그 변화를 시도하자고 강조했는데요. “교문지도는 인권을 침해하는 대명사였다. 두발, 복장을 간섭해서 아이들은 사실 교문지도를 하나의 공포의 장면으로 알고 있다. 이제 교문이 아이들을 점검하고 체크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학교에 잘 왔다고 맞아주는 것으로 바꿔보자”는 것이 문 교육감이 내리는 장기 처방의 첫 출발입니다.
학생의 기강을 잡는 시간을, 서로가 공감하고 정의감을 살려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마음을 다지는 출발로서, 아침에 시작하자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실천과 행동, 시민사회와 학부모의 공감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각급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의지와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마지막 당부이자 취지였습니다. 요컨대, 교사이고 학부모이기 전에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우리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마음에서 출발해, 행복을 나눠주는 학교로 가자는 비전인 것입니다.
그 실천은 이렇습니다. “교문 앞에서 행복을 나눠주세요!” 우리 모두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