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면서 스페인어로 “오셔서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로 “교황님을 모시게 돼서 온국민이 모두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교황은 “저도 기쁩니다”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교황의 고향)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계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시대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짧은 방한이지만 편안한 일정 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박 대통령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21발의 예포 발사에 맞춰 의장대를 사열했다.
교황은 의장대 사열 후 영접 행사에 나온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신자 대표 등 50여명과 차례로 악수하며 환영에 감사를 표시했다.
신자 대표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탈북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교황은 공항 영접 행사를 마친 후 숙소인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향했다.
박 대통령이 방한하는 손님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각각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환영식을 베풀고 교황과 면담한다. 이어 박 대통령과 교황의 공동연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친서를 전달하거나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고위 인사를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하는 방식으로 교황의 방한을 네 차례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 이래 25년 만이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아시아 방문을 계획하면서 방한을 검토했으나 지난해 2월 사임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청와대 환영식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인사 13명과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 교황청 수행단 15명 등 모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어지는 면담에는 윤 외교장관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교황청 국무원장과 주한 교황대사가 배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에서는 정치적인 주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 같고, 인도적인 사안과 관련해 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 연설은 박 대통령이 먼저 환영 인사를 한 후 교황이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