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안 냈다고 공개 망신.. 학생인권조례 위반입니다”
최근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들을 교감선생님이 공개적으로 불러내 망신을 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김아무개 교감은 교내식당 앞 복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던 학생들 앞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을 한 명씩 불러내어 공개적으로 다그쳤습니다. 김 교감은 이들에게 “내일부터 학교 오지 말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따위의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파문이 일자 김 교감은 지난 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일 중식시간에 급식비 미납학생들에 대한 급식비 미납 납부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근 걷지 못한 급식비가 8200여 만 원에 이르러 학교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급식비 미납 관련 지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김 교감은 폭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서로 말이 엇갈리자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 등 3명이 학교를 직접 찾아 조사를 했습니다. 윤 학생인권옹호관에 따르면, “학생 114명 중 55명이 김아무개 교감이 ‘급식비 안냈으면 밥 먹지 마, 내일부터 오지 마라, 꺼져라’와 같은 막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학생들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볼 때 교감이 막말을 한 것은 사실로 추정 된다”고 밝혔습니다. 윤 인권옹호관은 “막말의 수위가 높을 경우 학교 쪽에 인사 조처를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학생인권옹호관이 현장에 파견되었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학생인권조례 14조(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①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생은 가족, 교우관계, 성적, 병력, 징계기록, 교육비 미납사실, 상담기록, 성적지향 등의 개인 정보(이하 “개인정보”라 한다)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급식비도 일종의 교육비라 할 수 있는데, 이걸 내지 않았다고 김 교감이 한 것처럼 여러 학생들 앞에서 미납 사실을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 학생인권조례 읽어봤나요? 그리 길지 않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제6조 ①항)
- 학생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및 환경에 합당한 학습을 할 권리를 가진다. ( 제8조 ①항)
- 학생은 다른 학생과 비교되지 않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학생들을 과도하게
경쟁시켜 학생들의 학습권 및 휴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8조 ⓹항)
-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사에 반하여 학생에게 자율학습, 방과 후 학교 등을 강제해서는 아니 되며,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제9조 ③항)
-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일기장이나 개인수첩 등 학생의 사적인 기록물을 열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13조 ③항)
이들은 이렇게 활동할 겁니다.
바로 이러한 근거들 때문에 긴급하게 조사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는 선생님이나 교직원들이 일방적으로 지켜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 보호하고 지켜야 하겠죠? 이런 구실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 하나가 10일 오후 4시 서울시교육청 11층 강당에서 발단식을 가진 ‘서울학생 제4기 학생참여단’입니다.
학생참여단은 서울시내 각 학교 학생 310명이 공개모집에 지원해, 11개 교육지원청별 추첨•선발된 80명과 소수자 학생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절차로 뽑힌 20명 등 총 100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내년 2월말까지 활동하게 될 이들은 교육감의 학생인권 증진과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수립 과정에 각 학교를 대표하여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 직접선거를 통해 1년 동안 학생참여단을 대표할 대표단을 구성하고, 연 2회 정기회와 필요한 경우 임시회 개최
○ 교육감과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정책에 관한 의견을 직접 교육감에게 전달
○ ‘인권 캠프’ 등 자치활동을 통해 학생참여단의 역할과 기능은 물론 인권에 대한 이해와 인권 감수성을 높임
○ ‘서울시 학생의 날’ 자치행사를 주관하여 학생인권 증진을 위해 각종 활동 전개
이날 발단식에는 제4기 학생참여단 100명, 학부모 35명과 함께 조희연 교육감,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정진성 학생인권위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관계자 등이 참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