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 |||
 |
 | ||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의 하나로 떠오른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지역적 한계를 딛고 과감하게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성공한 중소기업이 있다.
'예향' 광주에 둥지를 틀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상 관련 업체로 자리매김한 서광애니메이션(대표 김정기)이다.
2002년 12월 서울서 광주로 본거지를 옮긴 서광애니메이션은 미국 NBC TV 시리즈 만화 '미라왕 투탕'을 OEM(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제작, 2004년 에미상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후 해외 OEM 작품을 꾸준히 수주해 제작하는가 하면 차세대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아 HD 콘텐츠 개발과 기술 보유에 박차를 가하는 등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캐릭터와 시나리오로 세계무대에 진출한 서광애니메이션의 김정기(44) 사장은 "우리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질높은 캐릭터를 개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상 불모지에 둥지를 틀다' = 서광애니메이션의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IMF로 만화영화 제작사를 떠난 김 사장은 2000년초 서광애니메이션을 세워 서울 삼성동 서울 영상벤처센터내에 입주한다.
TV와 홍보 애니메이션 등 외주 제작을 주로 하던 김 사장은 첨단장비 대여와 높은 인건비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방행을 결심하게 된다.
전남 장흥 출신인 김 사장은 고향과 가까운 광주를 후보지로 정하고 5개월간 사전답사에 나섰다.
애니메이션산업의 성패는 수준높은 기술을 갖춘 인적 자원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당시 광주에는 김 사장이 기대했던 인적 인프라가 전무했다. 광주는 영상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가능성을 택했다.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2002년 12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서광애니메이션은 광주 영상문화센터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한 대에 수천만원이 넘는 디지털 편집장비는 진흥원으로부터 지원받았고 진흥원 주최 애니메이션 제작자 아카데미 수강생과 지역 대학의 관련 전공자들을 모았다.
10여명으로 출발한 서광애니메이션은 교육과 제작을 병행하면서 역량을 키워 나갔다.
◇'기술로 승부하라' = 드디어 서광애니메이션은 2003년 7월 127만 달러 규모의 2D 애니메이션 작품 '미이라왕 투탕'을 OEM 방식으로 제작해 닉 엔터테인먼트사에 공급하게 된다.
30분짜리 26부작으로 구성된 '미이라왕 투탕'은 미국 NBC TV와 디스커버리 어린이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영됐다.
3천년 전 이집트를 지배했던 소년왕 투탕카멘의 미라가 현대에 부활해 벌어지는 소동을 줄거리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색상과 정교한 표현으로 2004년 에미상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우수한 제작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2005년 1월 광주를 방문한 닉 엔터네인먼트사 존 페트로비치(John Petrovitz) 사장은 서광애니메이션과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후속작품의 제작에 대해 논의했다.
김 사장은 "'미라왕 투탕'은 수주 가격에 비해 작품의 '퀄러티'를 높였기 때문에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역사회에 기여하자' = 서광애니메이션의 직원은 현재 30여명이다. 제작 전반을 지휘하는 감독과 '원화'와 '동화'를 그리는 에니메이터를 비롯, 디지털 컬러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부분의 직원이 광주지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서광애미메이션은 광주지역 직업전문학교 수료자나 대학 관련 전공자들을 모집, 교육과 작업을 병행하며 인재를 키웠다.
서울에서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도 있었지만 지역에 뿌리를 둔 이상 지역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경영철학이었다.
이 회사는 지역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현장실습을 통해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현장 업무능력을 전수하는 한편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고 있다.
◇'우리 문화를 활용하자' = 서광애니메이션은 2005년 '천년의 신비 운주사-그로부터 천년후'라는 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1천여년 전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 전설과 그로부터 천년 후인 1980년 광주의 5월을 불교론적 연기설로 연결시킨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도선국사가 창건한 운주사의 와불을 일으켜 세워 천불천탑을 완성하면 미륵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운주사의 '미완의 미륵세계' 정신이 천년 후 현대사의 5.18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이다.
광주과기원의 기획으로 제작을 맡은 서광애니메이션은 현재 이 작품의 분량을 늘려 30분 분량의 DVD로 제작 중이다.
2004-2005년 KBS 2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검정고무신'도 서광애니메이션의 작품이다.
OEM 방식으로 30분 분량 26편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60년대 가난했던 시절 가족간 사랑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코믹한 에피소드로 잔잔한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광애니메이션은 고유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형태의 창작 작품을 기획, 국내외 애니메이션 박람회와 콘텐츠 전시회에 참가해 합작투자 및 TV 방송 판매를 협의중이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라' = 서광애니메이션은 광주 지역의 한 TV프로그램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고 2007년말 출시할 공중파 방송용 애니메이션인 '바이러스 캅'를 기획 중이다.
20분 분량 13편으로 총제작비 14억원이 투입되는 이 작품은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과 지역 S/W 개발업체인 소프트미디어(주)의 투자로 제작 중이다.
'세균의 마왕' 네이팜이 행성의 파괴로 살던 곳을 잃고 지구로 잠입, 지구를 오염시키자 지구를 지키려는 바이러스 캅들이 활약을 펼친다는 줄거리이며, 서광애니메이션이 캐릭터와 시나리오 등을 자제 기획했다.
이미 유럽 등에서 투자 및 판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한국 애니메이션의 국제화 가능성이 높다는게 서광애니메이션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캐릭터가 없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발전하지 못했다"며 "국경이 없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특성상 국제적인 캐릭터를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