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3-06-22 22:01:07
 |
예기치 않은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한 어린이가 있다. 이름은 강들이. 언제부턴가 들이는 자는 동안 어디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고 있다. “키가 크려는 것”이라고 살포시 안아줄 엄마는 곁에 없지만 부모님은 들이의 마음 속에 늘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들이와 부모님 사이를 떼어놓은 것들이 있다. 바로 세상의 시각이다.
숙제를 하지 않아도 모른척 하는 선생님, 들이의 처지를 수군거리는 친구들, 무조건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린 들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다.
신간 ‘하늘음표’는 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은 11살짜리 여자 아이 들이의 내면을 다룬다.
주변의 시선과 아픔을 한꺼번에 견뎌내야 했던 들이는 말을 잃는다. 정신과 진료도 들이의 마음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엉뚱한 진단을 내린다. 결국 외할머니 집에서 살게된 들이. 하지만 갑작스럽게 딸을 잃고 정신을 놓아 버리곤 하는 외할아버지, 억척스런 외할머니, 외삼촌이 있는 외가도 들이의 상처를 경험했고 이겨내는 과정이다.
그 중에서도 외할아버지의 슬픔은 들이의 그것과 소통하고 있다.
툭하면 지붕 위에 올라가 어릴 적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길을 지켜보는 외할아버지. 하루는 딸을 빨리 데려오지 않는다며 스스로 세워 놓았던 솟대 중에서도 가장 높이 걸려 있었던 대장오리를 잘라 버린다.
대장오리의 텅 빈 자리를 바라보던 들이는 서운한 마음에 혼자라도 다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이같은 손녀의 사정을 알게된 외할아버지는 다시 대장오리를 만들어 하늘에 올려놓았다.
대장오리는 들이에게 하늘에 있는 엄마·아빠와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가 된 것이다. 또 외가 식구들의 사랑은 한동안 잃어버렸던 말을 스스로 되찾게 한다. 전통적인 소재인 ‘솟대’를 매게로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훈훈함이 인상적이다.
충남 천안 목천 출신인 작가 홍종의씨는 199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부처님의 코는 어디로 갔나’(1998년)로 계몽아동문학상, ‘줄동이 말동이’(2001년)로 율목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낮은산 8300원.<南尙賢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