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권재현(42·서울 은평구 불광동)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말뿐이다. 권 씨는 “평일엔 야근이나 이런저런 약속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주말에 많이 놀아 주려고 노력하지만 쉬고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해 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기복(40) 씨도 평일에는 7세 난 아들 민석이와 30분 정도밖에 시간을 보내지 못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문 씨는 “퇴근길에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생각해 두면 아이와의 관계가 훨씬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아빠가 ‘좋은 아빠가 되리라'고 다짐하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 교육적인 아빠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육아에 참여해야 할까.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대화와 스킨십을 자주 나누는 것이 좋다. 사진 제공 웅진
웅진교육문화연구소의 김연수 책임연구원은 “쉽고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리하게 시간을 내거나 거창한 일을 하기보다는 생활 속의 작은 일부터 함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은 자녀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학교에서 과제로 내주는 체험학습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며칠씩 걸리는 원거리 여행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아이들과 가까운 유원지나 산에 가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 대한 역사나 특징을 간략히 정리하고 사진 등을 곁들여 아빠와 자녀가 함께 여행 일기를 만들면 교육 효과가 크다.
또 산에 오르면서 아이가 힘들어할 때 아빠가 손을 잡아 주거나 뒤에서 받쳐 주면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잘 따르게 된다.
아빠가 잘 하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도 좋다. 활동 내용이 무엇인가보다는 함께 하면서 그와 관련된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차를 같이 하면서 “차를 깨끗이 닦으면 운전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쾌적함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아이는 이를 통해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이 밖에도 수명이 다 된 전등을 함께 갈거나 서점에 함께 가서 책을 고르는 것도 훌륭한 학습이 된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 주는 등 아이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휴일에 직장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도 효과 만점이다. 특히 밀린 업무 때문에 쉬는 날도 회사에 가야 할 경우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녀와 동행하는 것도 좋다.
아이는 아빠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됨으로써 아빠의 존재를 소중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몰랐던 아빠의 일을 직접 본 아이들은 아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평소에도 대화가 많아지는 계기가 된다. 휴일에 왜 아빠가 집에 없는지 막연히 불만을 갖던 아이들도 아빠가 가족을 위해 집을 비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자책감 때문에 아이가 잘못해도 무조건 감싸주는 것은 금물이다.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엇을 잘못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
다만 무작정 “잘못했다”라고 지적하거나 부정적인 명령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잘못된 점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에게 “떠들지 마!”라고 명령하기보다는 “공공장소에서 떠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묻고 “조용히 해”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야단을 치기 위해서는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최소한 한 번 야단을 치기 위해서는 두 번 이상 칭찬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엄마보다 아빠의 교육이 특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운동. 시중에는 연령에 따라 자녀와 할 수 있는 신체활동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육아나 어린이 교육 사이트 등에도 관련 정보가 많다. 다섯 살쯤 되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친다든지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겨울방학을 활용해 스키캠프에 동행하는 식으로 발달과정에 맞춰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에는 ‘매주 금요일 저녁은 30분 동안 산책을 하자'는 식으로 운동 약속을 정해 두면 운동효과와 동시에 돈독한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좋은 아빠의 교육 비결▼
① 하루에 한 번은 가족과 식사를 한다.
② 하루에 한 번 자녀와 전화나 쪽지를 나눈다.
③ 퇴근할 때 자녀와 스킨십을 한다.
④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 가서 책을 사 준다.
⑤ TV를 끄고 책을 읽어 준다.
⑥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잠을 잔다.
⑦ 일년마다 가족사진 앨범을 한 권씩 만든다.
⑧ 자녀와 종종 목욕탕에 간다.
⑨ 가족이 함께 주말농장 등 동식물을 돌본다.
⑩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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