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낭만 낚고 은빛 추억 만들자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이다. 따뜻한 아랫목이 절로 생각난다. 하지만 춥다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순 없는 법. 겨울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런데 막상 현관 문앞에서 멈칫거리다 안방으로 유턴을 한 경험이 적지않다. 온 가족이 부담없이 겨울을 즐길만한 마땅한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도 이제 끝이다. 대한민국 겨울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2007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가 지난 6일 드디어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주말이던 지난 13일, 대전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향하는 길은 어느 정도의 교통체증은 감수해야만 했다. 중부선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분기점에서 길이 좁아져 차량소통이 더뎠다. 하지만 4㎞ 남짓한 병목구간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3시간가량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여기가 38선입니다’란 푯말이 보이는데 그때부터 1㎞마다 산천어축제장까지의 거리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플래카드를 만날 수 있다.

얼마 후 도착한 강원도 작은 마을 화천군은 진입도로부터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자원봉사자와 교통경찰의 분주한 수신호를 보면서 축제기간에 무려 10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산천어축제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군청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건물 뒤쪽으로 2분가량 떨어진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코너가 줄지어 서있는 골목은 군데군데 낚시점이 들어서 있는 것이 색다를 뿐 여느 축제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낚시터로 이어지는 짧은 터널을 지나자 눈앞에 말그대로 장관이 펼쳐졌다.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화천천을 막아 얼려놓은 5만6286㎡의 탁트인 얼음판 행사장에는 셀수 없이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끄러운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지치며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어른 아이 구분없이 즐거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화천천의 얼음은 평균 두께가 30㎝ 이상이다. 화천천 얼음의 비밀은 바로 옆에 있는 산 때문에 북쪽으로 매서운 골바람이 불어 그 냉기로 전국에서 가장 빨리 두꺼운 얼음이 어는 것이다. 여기에 행사장의 강물을 막아 물의 흐름을 늦춰 결빙도를 높였다는게 축제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사장은 크게 4구역으로 나누어 진다. 송송 뚫린 얼음구멍 사이로 청정어로 유명한 산천어를 잡을 수 있는 낚시광장과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루어낚시터가 있고 썰매를 탈 수 있는 얼음과 눈 썰매광장, 그리고 얼음축구와 스케이트, 4륜바이크 등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광장 등이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낚시광장에서 즐기는 산천어 손낚시다.

길이 20-30㎝의 연어과 민물고기로 맑고 수온이 차가운 산간계곡의 1급수에만 서식하는 산천어는 축제가 알려지면서 덩달아 유명해진 어종이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낚시를 금지하기 때문에 행사기간에는 수만 마리의 양식어를 풀어놓는다. 보통 하루에 3t, 1만2000마리의 산천어를 낚시터에 푸는데 주말에는 5t까지도 푼다.

낚시광장에는 서거나 앉는 것은 기본, 드러눕거나 아예 배를 차가운 얼음바닥에 깔고 엎드려 얼굴을 얼음구멍 안에 집어넣은 채 손낚시 삼매경에 빠진 강태공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와서 오전 11시부터 3시간이 넘도록 낚싯바늘을 드리운 끝에 드디어 한마리를 잡았다는 김만선씨(55·서울 동대문구 장안동)는 “잡힐 듯 말듯 허탕치는 재미도 있지만 역시 낚시는 잡는 맛이 일품”이라며 “손맛이 조금 덜한 것이 아쉽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일부에선 미끼로 산천어회를 사용하면 입질이 좋다는 괴소문(?)이 나돌기도 했는데 보통 아침 8시 개장에 맞춰 고기를 풀면 움직임이 활발하던 녀석들도 오후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천 바깥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적절히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어린이 5000원이며 어른은 5000원을 화천지역상품권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낚시광장에 옆에는 수심 10m 이상의 루어 낚시터가 별도로 있어 제대로 된 손맛을 느끼려는 낚시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행사장 주변에 회서비스 및 구이터가 있어 즉석에서 산천어의 기름기없는 담백함을 맛볼 수도 있다.

이밖에 행사장에는 무료로 운영되는 눈썰매장과 볼슬레이는 물론 각각 30분에 1만원과 4000원하는 4륜오토 바이크와 자전거썰매를 탈 수도 있다.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오랜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는 점은 흠이다.

스케이트장과 공대신 실리콘팩을 이용해 넘어지는 재미로 즐기는 얼음축구장을 지나면 축제장 맞은편에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을수 있는 미니행사장이 기다린다. 한겨울에 반바지와 반소매로 무장한 채 물속에서 텀벙거리는 사람들이 마냥 신기해 보이지만 참가자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한다.

친구생일을 맞아 단체여행을 왔다는 임부흥씨(52·충남 연기군)는 “5분동안 3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데 2마리밖에 못잡았다”면서 “놔주고 싶은 맘도 들지만 힘들게 잡은 만큼 친구들과 매운탕을 끓여먹을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참가비는 어른 1만원이며 지역상품권으로 5000원을 돌려받는다.

방학이 끝나기 전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즐길거리 가득한 강원도 화천에서 녹지않는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축제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글·사진 林柾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