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학교공부 끝나면 더 신나는 아이들

◇ 방과후아카데미의 수준별 맞춤학습에 성적이 많이 올라 즐거워하는 군포예그리나 학생들. 끼뉴스 제공

“지난번 중간고사때 수학점수가 38점이나 올랐어요. 저도 제 점수를 보고 놀랐다니까요?”

군포시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예그리나(사랑하는 우리사이라는 순 우리말)’에 문을 두드렸을 때만해도 희성군(중2)은 수학의 수자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 희성군이 수학점수를 크게 높인 것은 맞춤형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선생님이 이해하기 쉽게 개인지도를 해주세요. 수업인원이 많지 않으니까 옆에서 하나씩 가르쳐주니 쪼~금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점수가 이렇게 오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사실 희성군은 수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희성군은 ‘예그리나’에서 선택수업으로 참여하고 있는 힙합에 푹 빠져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춤을 추면서 공부도 하니 성적이 오른 것이다.

“군포만 해도 아파트가 밀집된 곳이라 사교육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러나 이곳 아이들은 사교육 경험이 없어요. 가정형편이 어렵기도 하고 편부모나 조손가정이 많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예그리나’ 이세희 교사의 설명이다.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 선택수업을 재밌게 운영하고, 더불어 국영수 공통수업을 수준별 맞춤학습으로 진행하니 조금씩 공부에 흥미를 느껴 성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방과 후 아카데미에 참여한 학생들은 무엇보다 자신감이 부족해요. 처음 온 학생 중에는 아예 입을 닫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 공부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스터디발표도 한다. 끼뉴스

광정동 동사무소 2층에 자리한 ‘예그리나’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최하고 군포시가 광정동문화의 집에 위탁 운영하는 방과 후 아카데미 중 한곳이다.

방과후 아카데미는 도내 23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맞벌이 부모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방과 후 홀로 지내야 하는 학생들에게 숙제지도, 국영수 심화학습, 선택과목 교육, 급식, 상담 등 생활관리를 하는 청소년 지원사업이다.

군포 ‘예그리나’의 출석률은 90%에 가깝다. 학교 공부를 마친 후 오후 4시40분부터 9시10분까지 4시간30분 수업이 이뤄지지만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 마술, 사물놀이, 생활체육 등 다양한 선택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했던 사물놀이를 다시 배우게 돼 너무 좋아요. 학원에 가지 못하지만 학원선생님이 수준에 맞춰 가르쳐 주니 학교공부도 자신이 붙었어요.”

중학교 1학년인 나경양은 이곳에 오기 전 소심한 성격이었으나, 사물놀이에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돼 친화력이 커졌다고 한다. 특히 ‘예그리나’는 군포 학원연합회와 협력해 학원의 원장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를 하기 때문에 학습흥미를 잃지 않고 기초부터 심화까지 꼼꼼히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교사는 “이곳 선생님과 학교 담임선생님간의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어 메일과 전화로 학생들의 생활, 학습태도를 수시로 상의하고 있다”면서 “1년에 2차례는 직접 만나 학생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 특기와 적성을 살린 선택수업 힙합댄스의 갈고 닦은 실력을 축제에서 선보이는 군포 '예그리나' 학생들. 끼뉴스

가난 대물림 더 이상 안돼!

저소득층 맞벌이 자녀·기초수급 청소년 대상…학습부터 적성까지 맞춤형 교육

부모의 맞벌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방과 후 나 홀로 있는 청소년들이 비행·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고 결식 및 학습부진을 해소해 주기 위해 국가에서는 2005년부터 지역사회 시설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와 ‘청소년공부방’을 운영중이다. 같은 맥락이긴 하지만 운영주체나 규모면에서 다른 두 청소년 사업을 소개한다.

◇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가 즐거운 시간, 특별체험활동 요리하기. 끼뉴스

숙제·심화학습 물론 특기·적성 ‘맞춤형’ 교육‘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청소년시설(수련관, 문화의집)에서 진행되며 프로그램은 건강검진, 저녁과 간식을 제공해 주는 등 돌보미 기능과 주요과목 보충 등 학습지원과 특기적성까지 제공해 줌으로써 부모들의 경제적 차이에 의해 가난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종합적인 공적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참여대상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으로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자녀나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와 청소년의 자발적인 신청과 추천을 통해 선발한다.

내용은 숙제와 보충심화학습, 서예·피아노·수영·컴퓨터·댄스·암벽등반·사회봉사 등 청소년들이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토요일엔 문화유적지, 박물관, 민속마을 등 직접 찾아가는 체험활동과 요리하기 등의 실내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또 상담과 심리 테스트, 건강관리, 급식 등을 지원하여 청소년의 하교시간부터 집에 돌아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 지원한다.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2007년 현재 150개 시설 수를 2010년까지 300개소로 늘려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청소년수련시설 별로 진행되는 형태가 다르므로 지역별 아카데미 안내를 참조해 가까운 시설에 문의한 후 신청하면 된다.

한편, ‘청소년공부방’은 저소득층 자녀 9세부터 24세를 대상으로 학습공간을 제공하고 대학생 봉사자가 학습지도를 하는, 규모면에서 ‘방과후아카데미’보다 축소된 개념이다.

참여대상이 폭넓은 반면 문화예술, 스포츠 같은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미미하다. 대신 친구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달려갈 시간에 공부방 아이들은 가까운 집근처의 공부방에서 대학생 봉사자들과 숙제를 하고 책을 읽는다.

‘청소년공부방’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저소득층 계층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기관, 마을회관, 아파트단지 등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일부 공부방의 경우 부분적으로 자원봉사인력 등을 활용하여 학습지원은 수행하지만 대부분이 일반청소년과 소외청소년 구분 없이 저렴한 이용료(300원~500원)로 학습공간을 제공받도록 해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청소년공부방’의 참여를 원할 경우 각 지역 동사무소나 읍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