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어린이마을도서관 잇따라 개관

“엄마와 아이들 위한 사랑방이죠”

모퉁이, 알짬, 해뜰, 짝꿍… 이름만 들어도 정겹다. 최근 대전의 아파트촌과 시장 골목 등 도심 곳곳에 들어선 마을 어린이도서관 이름이다. 이들의 특징은 주부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직접 운영한다는 점. 비록 규모는 작지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넘어 주민간 벽을 허무는 동네 사랑방 기능까지 해내고 있다.

◆“엄마들 힘으로 만들었어요”

지난 19일 오후 대전시 동구 대성동 삼익세라믹 아파트 상가 내 ‘강아지 똥’ 마을어린이도서관. 30평쯤 되는 도서관을 가득 메운 주민 100여명이 개관을 축하하며 힘껏 박수를 쳤다.

도서관 설립은 지난해 7월 정우순(여·31) 관장, 김철호(52) 새길민생상담소장 등 평소 알고 지내던 5명이 주변에 아이들이 갈만한 도서관이나 문화시설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직접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당교회가 낸 후원금 200만원을 종자돈으로 삼았다. 도서관은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목재를 사다 책장을 짜고, 도배까지 하며 정성을 쏟은 덕에 책·걸상, 신간 안내대 등을 갖춘 아늑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지난 11일 개관한 대전‘짝꿍’마을어린이도서관에서 주부들이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전재홍기자

상가주인은 도서관 취지에 공감하며 월 5만원만 받고 30여평 공간을 내줬다. 주민 기증 등을 통해 책 2000여권을 확보했다. 책장 위에는 꽃망울을 터뜨린 애기달맞이, 노루오줌 등 20여종의 야생화 화분을 놓아 아이들 정서 함양에도 신경을 썼다.

정 관장은 “손주부터 할머니까지 손쉽게 찾는 편안한 마을사랑방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생적 도서관 잇따라 들어서

마을 어린이도서관이란 말 그대로 주민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거주지 인근에 만든 소규모 사립문고. 대부분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하는 형태다. 지금까지 대전에 생겨난 어린이 마을도서관은 ‘강아지똥’ 도서관을 포함해 모두 7개.

처음 스타트를 끊은 것은 2000년 유성구 전민동 ‘모퉁이’. 이어 2005년 중구 석교동 ‘알짬’이 개관했다. 올 들어선 2월 중구 중촌동 ‘짜장’이, 3월 대덕구 와동 ‘또바기’가, 4월 18일 서구 관저동 ‘해뜰’이 문을 열었다.

5월 11일엔 대전시 중구 태평동 목동신협 태평지점 지하 1층에서 ‘짝꿍’ 마을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책만 읽나요? 사랑방이죠”

마을어린이도서관은 방과 후나 주말에 아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모두가 친근한 사이여서 내 아이처럼 돌보고, 내 엄마처럼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 교류가 잦아지면서 마을어린이도서관은 단순 도서관을 넘어 마을의 새 공동체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당초 예상치 못한 기능이다. 또 주민 독서토론 모임, 육아교육, 미술심리 교육 등을 열며 동네 문화센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주민간 화합을 다지며 공동체의식을 되살리는 소중한 공간인 셈이다.

민양운(여·45) 짜장도서관 사무국장은 “도서관이 생긴 후 주민간 정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주민화합을 위한 마을 문화축제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마을도서관 네트워크 구축

대전지역 6개 마을도서관들은 도서관 운영에 관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지난 3월 말 ‘대전 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공동대표 강영희·박미라)를 창립했다. 각종 공동행사, 사업기획, 학부모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협의회는 자원봉사활동가 교육, 사서 교육 등을 자체적으로 펴기로 합의했다.

강영희(여·41·알짬 관장) 대표는 “민간 어린이도서관들이 힘을 모아 전문성을 강화해 질 높은 쉼터를 만들 생각”이라며 “어린이도서관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