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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살았던 우리 가족은 가끔씩 경주에 가곤 했다.
어느날, 불국사 앞 뜰에서 사내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있는 젊은 부부를 보았다. 아이들은 아빠가 부르는데도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아이 아빠가 잔소리를 했지만, 아이들 귀에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화단 주변을 돌며 술래잡기를 열심히 하다가 결국 한 명이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아이는 그 주변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 아빠가 쯧쯧 혀를 차며 혼을 냈다.
"이 망할 녀석아! 조심하라고 했잖아." 아이 아빠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는 무릎의 상처를 살핀 뒤, 등을 토닥거리며 아이를 달랬다.
그때, 아이의 엄마가 남편을 툭 치며 말했다.
"여보, 그럴 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왜? 내가 뭐 잘못했나?"
"그런 때는 '이 잘 될 녀석아!'하고 말하면서 혼을 내야 하는 거예요. 아이를 혼내더라도
아이가 잘 되도록 좋은 말을 해줘야 해요."
아이 엄마의 말에 아이 아빠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그리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앞으로는 그렇게 할게."
아이가 잘못했을 때, 아이의 잘못 하나를 고쳐 줄 어른들은 주위에 많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모만큼 아이의 미래를 축복하지는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혼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순간에도 쓰는 말이 달라야 한다. 어떤 분은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놀기만 하니까 "너는 머리에 똥만 가득 들었다."라고 말했다.
혼나면서도 '잘 될 것'이라는 암시를 받은 아이와 '머리에 똥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건훈이를 키우면서 언제나 좋은 말을 해 주려고 노력했다. 아이에게 정성과 신뢰를 가득 담아서 말하면 그것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끔은 감정이 앞설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험한 말로 아이를 대한 일은 단 한번도 없다. 험한 말을 하는 다른 부모들을 볼 때마다, 최고급 보석에 흠집을 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말에 대한 많은 금언을 믿는다. 말이 씨가 된다든지, 입으로 복을 찬다든지 하는
것들을 말이다. 말이란 그 안에 살아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소리나
소음과는 다르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 망할 녀석!"이라고 말할 때, 진짜로 아이가 망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말하는 부모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일지라도 아이를 밉살스럽게
여기는 그 기운은 말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된다. 자신을 미워하는 기운을 받은 아이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대로 부모가 아이에게 '이 잘 될 녀석!"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비록 그 순간에
화를 낸다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 말의 뜻 만큼은 정반대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일어나는 변화도 달라진다.
우리가 웃을 일이 없을 때라도 웃음을 지으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처럼, 좋은 말을 하는
순간 그 말에 실린 미운 기운은 한결 순화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도 많이 다치지 않고, 부모도 아이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은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예민한 존재다.
엄마들은 자신이 미운 생각을 겉으로 드러낼 때마다 아이의 마음에 금이 하나씩 그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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