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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똑같이 넘어진 아이라도 옆에 부모가 있는 아이와 혼자 있는 아이의 반응은 다르다. 옆에 부모가 있는 아이는 부모의 도움을 바라며 큰 소리로 울지만, 혼자 넘어진 아이는 바지를 툴툴 털고 벌떡 일어선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옆에서 부추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어느 해 추운 겨울, 밖에 있던 분재들이 추울까봐 따뜻한 실내에 들여 놓은 적이 있었다. 겨우내내 실내에 있을 때는 싹도 조금씩 나고 예쁘고 싱싱해 보였다. 그 다음 해 여름 분재들은 내내 비실비실하고 병충해가 들끊었다. 그때 크게 깨달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만이 강하고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건훈이가 살고 있는 영국의 지하방은 바로 위가 도로 주차장이다. 겨울에는 살을 에이듯이 춥고 여름에는 푹푹찐다.
"이번에 모처럼 다니러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잠 잘 자리는 있겠지?"
"아니예요. 저는 혼자 있어도 되지만 엄마가 주무실 수는 없을거예요."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서운했었다. 설마 내가 한 자리 누워 잘 곳도 없으랴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정말 너무 작았다. 방문 오른 편으로 옷장이 있고, 그 옆에는 작은 침대가 하나 있다. 그리고 조그만 탁자, 싱크대, 화장실, 그리고 창문은 통풍이 전혀 되지가 않았다. 신발들은 모두 곰팡이가 나 있었는데 벌레들이 살고 있었다. 너무나 작은 방은 한 사람이 간신히 기거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냉장고가 있어 열어보니 먹을 건 별로 없는데 음식이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상해 버려야만 했다.
"냉동실에 왠 얼음 주머니가 있네."
"아, 언젠가 친구들과 학교 과제물 때문에 프랑스에 갔을 때 하루 종일 차가운 겨울 비를 맞고 다녀 병이 났을 때 머리에 엊었던거예요. 함께 간 애들도 그렇고 저도 영국에 우산이 있는데 또 사면 돈이 아깝다고....., 그런데 그 중 또 한 친구와 제가 병이나 무지 아팠었어요."
건훈이는 그렇게 거의 일주일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혼자 누워서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핑돈다.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생은 눈 감고 지켜보자고 한 다짐도 막상 아이의 사는 모습을 보니 흔들린다. 하지만 그 모든 건 튼튼하고 뿌리깊은 '건훈이 나무'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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