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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을 위한 쉼터를 만들자'
제주시의 한 선교회가 장애아동들이 마음놓고 뛰놀수 있는 공간짓기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2002년부터 ‘사랑의 집' 짓기 헌금운동을 펼치고 있는 제주베데스다선교회(대표 이철우 목사)가 주인공이다.
‘장애아동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연, 장애우 누구든지 몸과 마음을 편히 쉴수 있는 쉼터 만들기'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이 운동에는 눈 맑은 사람들의 소리 없는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 동안 제주 언론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알음알음 헌금자들이 나타났다.
현재까지 모금된 헌금은 총 4800여 만원. 선교회와 일면식도 없는 어느 치과의사는 장애아동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짓는다는 말에 감동받았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시골의 한 교회에서는 주일 성금 모두를 입금했는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동전을 모은 어떤 부모는 아이 돌잔칫날, 아이 이름으로 저금통째로 헌금했다. 자신 병원비의 일부를 떼어 보내주었다는 어느 암환자의 사연은 선교회 관계자까지 감동을 주었다.
'사랑의 집'짓기 헌금 운동, 소리없는 온정 잇따라
얼굴도, 성(性)도 모르는 이들이 ‘사랑의 집'집짓기에 아낌없이 온정을 쏟는 사연이 궁금했다.
“장애아동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했지요. 도내 곳곳에 장애관련 시설들이 생기고 있으나 장애아동의 교육, 치료, 휴식을 아우르는 통합시설은 보기 힘들어요. 그런 상황에서 ‘사랑의 집'은 어쩜 기약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희망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철우 목사의 이런 확신에는 장애아동의 어머니가 자신이 잠시 쉬는 사이, 장애아들이 바닷가에서 목숨을 잃게된 가슴아픈 사연도 깔려 있다. 장애아 부모들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달 평균 50만원이 소요되는 장애자녀 치료비를 줄일 수는 없을까. 장애아동 교육이다, 치료다해서 하루에도 2∼3곳을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는 없을까. 그런 저런 고민들은 ‘사랑의 집'짓는 꿈이 현실로 가는데 큰 동력이 됐다.
선교회의 사정이 전해지자 4년 전 한 독지가가 황사평 인근의 땅 500평을 기부했다. 이젠 ‘사랑의 집'을 지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곳이 ‘녹지'라는데 발목이 묶였다. 하는 수 없이 500평에 해당하는 땅값으로 다른 지역을 물색했지만 허사였다. 장애아동의 이동반경을 고려해 제주시권에 땅을 알아보았으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사랑의 집 짓는 꿈마저 버릴 수 없다!”
선교회 사람들은 오늘도 쉼터에 맞는 땅이 나타날 때까지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훈훈한 온정을 기대하고 있다.
장애아동 교육, 치료, 휴식 아우르는 통합시설 보기 힘들어
제주베데스다선교회 사무실 왼쪽 벽면에는 ‘사랑의 집'짓기 헌금자 명단이 벽돌모양 스티커로 부착돼 있다. 벽돌스티커는 지금까지 480여 개로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지난 4년 동안 쌓았지만 아직도 곳곳에 빈 곳이 많아 뵌다. 한쪽에서 “저 벽돌이 꽉 들어차야 집을 지을 수 있는데” 라며 짧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는 선교회가 운영하는 한라장애아동조기교육원생 어머니. 6살난 장애아동을 둔 한 어머니는 사랑의 집은 자신의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장애아동들과 부모들에게도 매우 필요한 시설이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사랑의 집'이 지어졌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사랑의 집, 함께 지을래요
‘사랑의 집'짓기 열기에 온도를 높이는 이들 중에는 제주베데스다선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한라장애아동조기교육원생 학부모들도 끼어있다. 장애어린이 통합교육과 장애학생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이곳에 이들이 모인 것은 대략 3년 전. 장애아동은 둔 부모라는 마음의 고통을 교감하면서 지내온 이들 12명의 학부모가 ‘사랑의 집'을 짓기 위해, 한지공예 제작을 위해 시간을 쪼갠다.
그렇다고 거창한 작업은 아니다. 1주일에 한 차례, 2시간 여를 투자해 한지작품을 만들었다. 그랬던 것이 벌써 1년. 지난해 12월 초 전시회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 전액을 선교회의 ‘사랑의 집'짓기 헌금에 보탠 것도 이들이다.
4년 전 자녀의 손을 잡고 이곳을 노크했다는 고 모씨(39)는 “처음에는 이곳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벌인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면서 “단지 우리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장애아동도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소원이 없겠다 싶어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씨(36)도 “장애아동 평균 치료비(교육비 포함)는 월평균 50만원으로 부담이 크다 ”라면서 “사랑의 집처럼 교육, 치료, 쉼터가 통합된 시설이 생겨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장애아동만이 아니라 부모의 사회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복지의 사각지대 ‘사랑의 집'
‘사랑의 집'은 장애아동이 한 곳에서 교육·치료·쉼터 등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기대만큼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라장애아동조기교육원이‘사랑의 집'을 짓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도움의 손길을 바랐으나 돌아오는 것은 냉랭한 외면이었다.
영유아기에 장애를 조기발견하고 예방, 치료와 교육의 통합적 연구기능을 담당하는 한라장애아동조기교육원같은 시설들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이철우 목사는 “3년 전인가 지자체에서 차량지원을 해준 것이 전부”라면서 “몇 년 전부터 지자체에 사랑의 집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지원해줄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사랑의 집'이 비록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는 하나 절망만 하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고 했다. 한라장애아동조기교육원의 장애아동 12명과 부모들뿐만 아니라, 도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속타는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소명임을 그는 일찌감치 간파했다.
“사랑의 집 짓는데 보통사람들의 십시일반이 물결처럼 출렁거렸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비장애 구분하지 않고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뛰어놀수 있는 그런 집, 꼭 이뤄지겠지요”
[인터뷰] 제주베데스다선교회 이철우 목사 “장애아동 위한 교육·치료시설 정말 절실합니다”
“엄마가 잠시 쉬는 동안 혼자서 집을 나가 바닷가에서 먼저 하늘나라로 간 장애아동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어야 했는데 '한참동안 아픈 속을 삭여야 했습니다. 그때 장애아동의 쉼터를 구상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의 집'짓기 구상의 배경에 대해 이철우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랑의 집은 장애아동들이 정말 마음껏 뛰놀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답답하고 막혀 있는 건물이 아니라 울타리도 필요 없고, 집처럼 내가 주인 되는 그런 곳이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도내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치료시설에 대해서는 “최근 제주에도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교육과 치료를 아우르는 시설은 보기 드물다”면서 “관련시설들이 동네마다 생겨서 장애아들이 불편없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더 많은 장애아동들과 부모님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쉼터의 역할을 위한 곳, 이런 사랑의 집이 꼭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집을 짓고 난 이후에는 많은 장애아동들, 특히 장애아동의 부모님을 위한 쉼터로 이용되기를 희망했다.
계속해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교육을 이곳에서 감당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 목사는 현재 많은 유아교육기관들이 멋진 건물,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으나, 장애아동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장애아동들도 당당하게 교육의 수혜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이 우리 친구들을 위해 마음을 열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