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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교육+문화교육'이다.
'미적 체험을 중시하는 예술교육'과 '가치,성찰,다양성,소통을 중시하는 문화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개념인 것.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미술교육과 생태환경교육의 결합은 지역을 새롭게 조명하는 교육적인 계기가 되어왔다.
지역과 단단히 밀착된 경기도 수원 도토리교실 사례를 통해 교육으로 일구는 '녹색삶',그 건강한 실험을 알아본다.
# 자연 사랑이 자라는 공작소 간판도 없이 논 한가운데 위치한 농지용 창고. 문을 밀어보니 '생태 공방'을 제대로 찾긴 한 모양이다.
도토리,때죽나무,단풍잎,꿩깃털,수세미,연밥,간벌한 나뭇가지 등 수원 칠보산 근처에서 구한 자연 재료 공작품들로 8평 공간이 꽉 찼다.
여치집,나무조각 곤충,한지로 만든 저어새에다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말벌집…. 이윽고 근처 아파트의 초등학생 10명이 들이닥치자 '숲속 학교'가 시작됐다.
이 독특한 '생태 과외'는 매일 야외를 누비고 나무 공작을 하며 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내용이다.
오늘 수업은 인근 동산에 오르기. 회원들이 만든 나무 다리인 '생태 통로'를 건너면서 아이들은 추위도 모르고 오늘의 모험을 신나 했다.
걷고 관찰하며 숲과 노는 동안 안내교사인 '쇠비름'(류현상)과 '초록샘'(이명귀)은 간간히 설명으로 호기심을 일깨웠다.
"이건 뱀허물쌍살벌집이야. 뭘로 만들어졌을까?"(쇠비름),"(깃털이 쌓인 곳을 가리키며)새 한 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네. 자연에선 누구나 먹이가 되는 거야."(초록샘) 1시간 넘게 야외활동을 한 아이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와 나무 목걸이 만들기를 했다.
도토리교실 회원들은 "나무를 만지작거리며 몰두할 때 자연과 친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동그랗게 자른 때죽나무의 하얀 결에다 새해 소망과 그림을 채우는 미술 시간은 생기로 넘쳐났다.
날이 저물자 이번엔 어른들이 모여들었다.
권선고 임종길 교사와 함께 11명 회원,5명 아이들이 만드는 '골판지를 이용한 다이어리와 달력'. 재활용 의미도 있지만 '자연색을 닮은 만만한 골판지'로 비망록을 개성있게 꾸미는 데 의미가 크다.
이날 한지,골판지로 일기장을 완성한 박호금(43) 회원은 "아이들이 쉽게 파는 물건들에 별로 애착심을 안 갖는데,자신들이 만든 공책,자신들이 피살이해서 지은 쌀은 귀하게 먹더라"하며 손을 움직이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 지역 공동체,배우고 나눈다 2003년 설립된 도토리교실은 환경에 관심있는 교사,학부형,시민단체가 공감해 만든 '풀뿌리 생태공방' 혹은 '환경 평생배움터'다.
생태를 배우고 미술공작을 체험하면서 도토리교실은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해 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업이 2004년부터 해온 '두꺼비 논' 경작이다.
제초제로 죽어가는 올챙이들을 살리고자 논 주인과 농사 계약을 맺고 직접 논일을 하는 이 사업은 죽어가는 도시 주변 논을 생태적인 대안 교육공간으로 삼았다.
지난해엔 공동육아,방과후,대안학교가 단체 가입해 270만 원어치 논을 경작하기에 이르렀다.
생활,문화,교육이 하나임을 증명한 이 사례는 '두꺼비 논 이야기' 책으로 엮어져 문화부 추천도서 목록에도 올랐다.
또 '선데이 마켓'을 통해 나무 공작품,중고 물건들을 사고팔기도 하고,'칠보산 생태 가이드북' 발간,'칠보산 캠프' 실시 등을 통해 생태 지도자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무실 운영은 튼튼한 재정 자립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40명 회원들이 1만 원씩 갹출하고 나무 목걸이 공작 세트(개당 1천 원)를 판매하면서 이제는 300만 원의 수익금을 비축할 정도로 성장했다.
15년간 환경운동을 펼쳐온 임종길 교사는 굳은 교육철학과 노력으로 이 조그만 독립공간을 자리매김시켰다.
화분연못 만들기,학교 내 산책로 만들기,걸개 그림 만들기 등 환경과 사회를 반영한 수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다 마침내 도토리교실 설립으로 학교 담을 넘었다.
"학교가 사회 미래를 위한 교육기관인 만큼,교사가 지역과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공방 개념 공간을 만들었죠. 저는 '교육은 지식보다 감동'이라 생각합니다.
도토리교실의 운영은 흐리멍텅하지만 각자 자발적으로 제 할 일을 하는 게 재미있어요." # 다양한 만남의 형태 생태환경과 미술,학교와 지역의 만남은 지역의 물적 기반 없이 학교 수업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
충남 안면도 안면중학교에서는 미술교사 김인규씨의 기획 하에 등교 길을 문화공간으로 꾸민 '산길 프로젝트'(2002년)와 국어,사회,미술,과학 교과통합수업으로 지역사회 참여를 이끈 '안면도 프로젝트'(2004년)가 실험되었다.
'산길 프로젝트'의 경우 학교 졸업생인 청년회 회원들과 함께 산길 이름짓기,나무벤치 설치,나무와 풀 이름 붙이기,산길 영상 제작 등을 하나의 축제를 이끄는 성과를 거두었고,자연 생태 관찰,야외 미술 수업 등을 실시한 '안면도 프로젝트'에서는 안면발전협의회와 자전거 탐사대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는 등 협력을 통해 '지역이 교과서'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었다.
김 교사는 "교육은 지적으로만 존재하는 환경 인식을 실천으로 연결시켜 줘야 한다.
입시를 중시하는 학부모와 교육제도가 그런 부분에 좀더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거제도 옥천중 조한인 교사는 농촌과 다른 도시 여건,학교 현안 등 지역 실정을 반영한 환경미술 프로그램을 짰다.
학생들이 가꾼 작은 숲과 습지가 군청 주차장 공사로 허물어버릴 위기에 처하자 엽서보내기,서예깃발 만들기,석고 스텐실 만들기 등으로 반대 운동을 폈다.
주차장 건립 후 옹벽이 들어서자 도자기 타일과 새집을 만들어 붙임으로써 회색 공간을 가리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들에 대해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전효관 교수는 "공공미술은 지역,환경 등의 문제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미학적 실천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교육에 있어서 여러 조건의 차이가 있고,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느냐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학교 공간을 바꾸어 본 경험은 자신의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미술과 지역환경의 연결지점을 설명했다.
정형화된 학교 교육의 빈 곳을 채워주는 문화예술교육. 그 중에서도 환경과 미술의 만남은 지역과 생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큰 기폭제로 작용하는 중이다.
임깁실기자 mar@busa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