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슬픈 방학'…정책의 빈자리 채워야

밥 굶는 '슬픈 방학'…정책의 빈자리 채워야

급식 지원 '학기중 교육부-방학중 복지부' 이원화로 비효율적

겨울방학을 앞둔 지난해 12월부터 끊임없이 신문 지면을 채우고 있는 기사가 있다. '배고픈 아이들' '굶는 아이들'의 제목으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실태를 지적하는 기사가 그것.

정부는 지난 89년 학기 중 중식지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에는 저소득층 자녀 46만여 명에게 학교급식비를 지원했다. 또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2000년부터는 방학 중에도 결식아동을 찾아 급식을 지원, 이번 겨울방학에는 22만여 명이 점심을 제공받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는 있기 마련이다. 아동급식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저소득층 아동급식 현황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중식 지원사업은 198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초등학교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정부는 98년부터 중식 지원 대상을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했다.

99년에는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수업일 및 방학기간 등 중식 지원을 법제화 했으며, 2000년 교육인적자원부는 중식 지원 기간을 기존의 수업일 뿐 아니라 방학기간, 토·공휴일까지 지원을 확대해 연 365일 지원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는 결식아동에 대한 석식 지원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중·석식 지원을 실시했다.

지난 2004년부터는 학기 중 중식 지원은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방학과 토·공휴일 중 중식 지원 사업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됐으며 지난해부터는 학생 중식 지원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부실 도시락 파문' 이후 방학 중 급식비 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지역별로 아동급식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해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유린원광사회복지관을 찾아 결식아동 급식 실태를 점검하는 모습.

교육부는 교육복지 차원에서 학기 중 급식 지원 학생 수를 지난 2002년 19만7703명에서 2003년 30만5568명, 2004년 40만7872명, 2005년 46만8288명으로 확대했으며, 올해는 49만 명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방학 중 급식 지원의 경우 2004년 10월 정부가 ‘방학 중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 지원 대폭 확대'를 발표하며 2004년 여름방학 5만 명 수준이던 지원대상자 수가 겨울방학에는 25만 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학기·방학 중 지원대상 왜 다른가

언론을 통해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바로 중식 지원 아동수의 차이. 학기 중 급식과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은 급식 취지가 다르고, 집행기관이 다르다 보니 급식대상자 선정 기준도 상이해 숫자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실지로 지난해 교육부의 중식지원을 받은 학생은 46만8288명인 반면, 복지부는 겨울방학 중 결식아동 대상자가 22만여 명 수준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복지 차원에서 학기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일부, 법정 모·부자 가정 및 시설보호아동 등 사실증명이 가능한 경우 전원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는 교육청으로부터 통보받은 급식비 지원대상자 중 현지조사 등을 통해 해당 시·군·구 아동급식위원회에서 선정해 지원한다. 가정 사정 등을 고려해 방학 중에는 집에서 밥을 챙겨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결식아동'에게 중식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2004년 대상자 크게 늘려…지자체 역할 중요

지난 2004년 말 발생한 ‘부실도시락' 파문은 관련 인프라 부족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 대상자를 급격히 확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후 급식 단가 상향과 시·군별 아동급식심의위원회 구성 등 조치가 취해졌지만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윤지현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004년 말 부실 도시락 사건이 있은 후 지난해 1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골자는 지역별 ‘아동급식위원회' 및 ‘아동급식지킴이'의 운영, ‘자원봉사 활성화' 등으로 요약 된다”며 “하지만 정부가 주체가 돼 전문적인 급식체계의 기반을 확립하고 아동급식정책을 펼쳐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부터 추진한 아동급식위원회는 1년이 다 된 지난달 현재 전국 234개 시·군·구 중 200곳에서만 구성됐다.

방학 중 급식지원 관리가 2005년부터는 보건복지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오면서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역할 강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방학이면 결식아동 급식 개선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현재 시·도별 아동급식 예산 확보 현황은 76%에 불과하다. 지자체별로 추경을 통해서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1차 결식아동 급식 실태 점검에 이어 이달 16∼25일 2차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초생활 수급자 중 급식 지원 인원이 적은 곳이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던 '문제 지자체' 등 급식이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지자체를 선정해 점검을 나가게 된다.

보건복지부 신현봉 아동복지팀 사무관은 "예산 확보 현황을 파악한 후 미흡한 지자체에 몇 차례에 걸쳐 예산을 확보하라고 공문을 시달했지만 사실 '구체적 방안'은 없다"며 "직접 예산을 확보해서 내려 보내 주면 가장 좋지만 급식 지원은 지방 이양사업이라 지자체에 빨리 예산을 확보하라고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상 선정 등 체계적 지원방안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급식지원 체계와 관련, 학기 중은 교육부, 방학에는 복지부로 이원화된 정부의 급식 정책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학기 중 급식의 경우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방학 중 급식의 경우 결식아동 선정, 적절한 예산지원, 급식의 안전 및 영양적 측면 고려, 기존 급식 인프라 활용, 기존 사회복지체계와의 연계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연구위원은 “방학 중에 복지부가 급식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학기 중 학교급식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급식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교육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또 “방학 중에는 학교급식 시설을 복지부가 임대해 이곳에서 식사를 마련, 도시락으로 전달해주는 방식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원 방법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학기 중 급식의 경우 학교 급식으로 해결되지만 방학 중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급식을 지원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현재 결식아동 급식 지원방법은 식품권 제공, 주·부식 배달, 도시락 배달, 인근 지역 식당, 지역아동센터 및 사회복지관 이용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윤지현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급식 지원대상수를 늘렸기 때문에 방법상 어쩔 수 없이 식품권이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겠지만 상품권을 주고 알아서 밥을 챙겨먹으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의 직무태만”이라고 꼬집으며 “결식아동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급식의 근본적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우리 주변의 소외된 아이들, 굶주린 아이들은 자신들을 돌봐줄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한끼 밥만을 챙겨주는 소극적인 급식 차원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교육·정서·사회적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교육인적자원부·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