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방과 후 학교 3개월 치 수강료를 일시불로 납부하라니요.
저는 아들만 내리 셋을 키우는 아들부잣집 안주인이자 억척 엄마입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학교에 들어가고 급기야 막내아들 녀석마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생활비의 3분의 2 이상을 애들한테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개별 과외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애들 학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궁핍해지더군요.
그러던 중「방과 후 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인 막내아들네 학교에서는 미술 등 특기적성에서부터 수학경시반까지, 강좌개수가 2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고,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와 큰 아들네 학교에서도 교과목마다 강좌가 수준별로 진행되고 있어서, 잘만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알차게 애들 교육을 시킬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러나, 학교로부터「방과 후 학교」강좌에 대한 세부내용이 공지되어 온 날 저는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각 강좌는 ‘기’별로 운영하고 한 ‘기’는 보통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데, 기별 수강료를 첫 달 5일까지 스쿨뱅킹으로 납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계산을 해보니,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가 특기 하나에 원어민 영어를 신청했으니 37만원, 중학교에 다니는 둘째가 신청한 교과목 수강료가 30만 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 교과목 수강료 40만 원 등 얼추 계산해보니 5일까지 빠져나가야 할 금액이 무려 107만원이 나오더군요.
아이가 있는 부모님은 아시겠지만, 보통 학교에 내는 돈은 카드결제나 분할납부가 안됩니다. 그런데, 더욱이 각 월별도 아니고, 3개월분 321만원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한다고 하니, 처음엔 정말 당혹스럽고 나중엔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물며, 학원도 월별로 수강료를 내고, 카드결제도 해주는데, 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대하여 학부모 부담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운영을 하는지,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방과 후 학교 담당 선생님께 전화해서 항의하니, 운영상 어쩔 수 없다는 성의 없는 답변만 되돌아왔습니다.
그래도 학원보다는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급한 대로 돈을 만들어 애들 통장에 넣어 놓고 보니, 벌써 또 걱정이 밀려들더군요. 3개월 후에 또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말입니다.
3개월 치 수강료를 한번에, 그것도 카드결제도 아니고 인터넷뱅킹으로 일시에 내야하다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자는 방과후학교 제도 자체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었다.「방과후학교」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들은 없는지 즉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제도의 문제점이 속속 들어났다. 수강료 납부와 관련한 내용은 수많은 문제점들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실태조사 결과, 방과후학교 위탁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의 부조리가 다수 포착되었고, 방과후학교 강사에 대한 관리가 부실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실태조사 결과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방과후학교 운영체제 개선」관련 제도개선 권고안을 마련하여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하였다.
<방과후학교 운영체제 개선 방안 주요내용>
∘방과후학교 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운영 및 위탁운영 매뉴얼 개발·보급
∘교원 및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지원인력 확대․배치
∘방과후학교 수강료 납부방식 개선
∘방과후학교 사업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부분의 제도개선 사항은 조치기한을 11월까지로 하였으나, 수강료 납부방식에 대한 사항만은 8월까지 개선을 완료하도록 하여 올 하반기부터는 학부모들이 수강료를 마련하느라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제도개선 방안이 권고된 얼마 뒤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앞서의 국민제안을 냈던 학부모로부터 온 감사편지였다.
나또한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학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오히려 그러한 문제점을 좀 더 일찍 발견하여 제도개선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편지글> 방과 후 학교를 100% 즐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방과 후 학교와 관련하여 제도개선을 했는데, 그 내용 중에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여 수강료 납부방식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럼, 그렇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불합리한 제도를 나라에서 가만 놔두겠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 잘 몰랐던 권익위원회라는 기관에 대하여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방과 후 학교에 아이를 보내 본 학부모라면 누구나 느꼈을 이러한 불만과 부담에 대하여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애 둔 죄로 그렇게 교육적 약자로 묻혀가나 보다 했는데,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야말로 우리들, 부모의 권익을 보호해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없는 살림에 방과 후 학교를 통해서 저렴하게 사교육을 해결하고 있는 저희 같은 서민들이 이제는 방과 후 학교를 온전히 100%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민국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써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사회제도개선담당관실 김미숙 출처: 국가 권익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