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업체서 독식… 교장 상대 금품·향응 로비 판쳐

서울 광진구 Y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지난해 방과후 학교 컴퓨터·영어 강좌 운영자로 사교육업체인 W사를 선정하면서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 파면됐다. 같은 해 양천, 관악, 구로, 광진구에 있는 초등학교 교장 5명이 방과후 학교 수강료 가운데 10%를 리베이트로 받거나 강의 질을 빌미로 강사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가 결국 교단을 떠났다.

정부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도입한 민간위탁 방과후 학교 운영 등을 둘러싸고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리는 학교장이 방과후 학교 참여 대가로 사교육 업체 및 강사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학교발전기금을 받거나 교재값 부풀리기 등 다양한 형태로 저질러지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강의 질 하락 등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초·중·고 2990개교 가운데 69%인 2064개교가 방과후 학교를 사교육 업체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는 33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컴퓨터가 197억원, 영어 67억원, 기타 65억원 등이다. 현재 국내 방과후 학교 시장은 일부 대형 업체가 거의 독식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 업체는 한 강좌에 20∼40명의 학생과 2만∼3만원의 수강료를 받으니 한 달에 강좌당 40만∼12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게다가 과목당 3∼4개 강좌가 개설되고 계약기간이 보통 2년 정도 유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엔 민간위탁 방과후 학교는 ‘손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다.

방과후 학교 위탁업체 선정 등과 관련해 검찰은 최근 교직원에게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사교육업계 1, 2위인 대교와 에듀박스를 압수수색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방과후 학교 위탁사업 선정과 사업 편의 등 청탁과 함께 일선학교 교직원에게 거액의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초·중교 교장·교감들이 수사망에 걸려들까봐 마음을 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전문가들은 2008년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교장의 권한이 크게 확대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방과후 학교 업체 심사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져 비리를 키웠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교사 598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비리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7%가 방과후 학교 강사 등의 문제를 둘러싼 학교장의 상납 요구가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 박형준 조직국장은 “방과후 학교 비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을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라면서 “방과후 학교를 민간업체에 맡길 게 아니라 시청과 청소년수련관 등 공공기관 인력을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