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13년부터 연차적으로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적용할 새 교과교육과정 개정에서 경제 관련 교양과목을 없애는 등 관련 교육을 대폭 줄이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3일 본지가 입수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개정'에 따르면 교과부는 현재 고교에서 배우는 '일반사회'와 교양과목인 '생활과 경제'를 앞으로 없애기로 결정했다. 교과부는 이 개정안 시안을 오는 5일 고시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확정된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은 현행 '일반사회' 과목에 들어있는 경제관련 내용을 중학교에서 일부를 미리 배우고 고교에선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 또 교양과목으로 개설돼 있는 '생활과 경제'는 아예 없애 결국 경제관련 교육량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교과부 내부에서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들의 경제교육을 확대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데다 특히 지난 2009년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제정한 '경제교육법'의 취지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경제교육 활성화 종합대책까지 발표하면서 이론에 치우쳤던 경제 교과서를 사례 중심으로 개편하고 '경제생활과 금융' 내용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10년에서 9년으로 줄어들면서 통상 고교 1학년에서 배우던 일반사회과목이 없어지고 그 내용 중 일부가 중3 사회에 녹아들어가게 됐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목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 사회탐구영역의 총 8개 선택과목 중 '경제'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 고교생활 내내 경제관련 지식을 배울 기회가 전무해진다.
서울시내 고교의 한 교사는 "사회탐구과목 중 '경제'과목은 수능 출제 문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어서 각 학교 교장이나 학생이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예 고교 3년 동안 경제관련 지식을 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행태는 '경제교육지원법 3조'의 '경제교육은 국내와 국외, 학교와 학교 밖에서 모두 장려되어야 한다'는 법령에 위배된 것"이라며 "시안이 확정되기 전에 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단체들은 새 교육과정개정에서 과학탐구영역에선 총론인 '융합과학'이 남아있는데 사회탐구영역에선 '일반사회'가 없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과과정에 정통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적인 추세나 경제교육지원법의 입법 취지를 보면 오히려 경제교육을 늘려도 시원찮은 시점"이라며 "교과부와 이해관계자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오히려 가장 필요한 경제교육은 등안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회탐구과목의 '경제'를 선택하지 않으면 고교 3년 내내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과목을 줄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경제' 과목은 내용이 보강됐다"고 해명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은 과목을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등 당초 취지에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현직 교사를 많이 배출한 일부 전공자들의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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