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교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수천만원대의 뭉칫돈을 관리하는가 하면, 채용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지인을 취업시킨 학교장이 인천시교육청 감사를 받고 있는 등 학교장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학교장이 차명계좌로 7000만원 관리…출처는?
현직 초등학교장이 같은 학교 교사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6개월간 수천만원의 뭉칫 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뉴시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뉴시스가 입수한 통장 사본과 경찰 등에 따르면, A 초등학교장은 지난 2010년 3월12일 이 학교 교사 C씨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 이 교장은 통장 거래에 쓰이는 거래도장을 본인의 도장으로 등록했다.
학교장은 이 통장을 만든 지난해 3월12일 170만원, 17일에는 300만원, 18일 150만원, 22일에는 100만원을 각각 입금했다.
또 지난해 4월 1일에는 500만원의 뭉칫돈이 차명계좌로 입금됐으며, 7월6일에는 1000만원이 차명계좌에 이체됐다.
또 다음 날인 7일에는 223만원의 돈이 통장으로 입금됐다.
수십차례에 나눠 입금된 돈은 지난 해 6월 8일 970만원, 7월 27일 200만원, 8월 31일 2000만원 각각 인출한 뒤 9월7일 통장을 해지했다.
차명계좌를 개설한 지난 해 3월12일이후부터 통장을 해지한 9월7일까지 해당 통장에 입금된 돈은 총 4428만원이다.
또 교장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또 다른 교사 D씨 명의의 통장으로 3000만원 가량의 돈을 추가로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B교장이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9월까지 총 7000만원이 넘는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정황을 잡고 뭉칫돈의 출처를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를 해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뭉칫돈의 출처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교장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년이 얼마 안남아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며 "차명계좌를 만든 것은 실수였지만,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된 돈은 자녀 등이 용돈으로 준 돈과 아내가 준 용돈을 모은 금액이다. 업자 등에게서 받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계좌에는 직책 업무추진비와 강연회 수당, 친목회 돈이 포함됐다"며 "2009년부터 2010년 9월까지 총 14개월동안 7000만원의 돈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사실을 경찰 조사에서 다 진술한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인 채용위해 절차 무시…시 교육청 '감사 중'
인천의 B학교장이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담당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돼 인천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했다.
인천시교육청 감사실과 민원 내용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인천 A초등학교 학교장이 자신의 지인을 편법을 동원해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를 채용했다.
A학교는 지난해 12월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를 채용한다는 내용의 채용 공고문을 올리고 2월 8일 강사선정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선정위 개최 한달전부터 B씨는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끝마친 상태였다.
물론 학교와 B씨간의 근로계약서도 이미 체결된 상태였다. 강사선정위원회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교장의 압력으로 채용이 이뤄졌다는 것.
학교와 교장의 지인인 B씨가 맺은 근로계약서도 의혹의 핵심이다.
학교와 B씨는 지난 3월부터 8월말까지 총 3번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였던 B씨는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라며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행정전담인력으로 다시 계약했다.
기존의 급여보다 덜 받는 행정전담인력으로 다시 채용된 B씨를 위해 학교장은 과학실, 보건실, 어학실 보수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을 사용해 교무보조원으로 재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의 회의 결과 이같은 안은 부결됐고, 결국 B씨는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
이같은 내용을 접한 교육청은 감사를 벌이고 있으며,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9월초께 민원이 접수돼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방과후학교 인력을 뽑는 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내용이 드러났으며 감사가 현재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장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채용과 관련된 감사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면서 "공고도 내고 강사선정위원회 등의 절차도 다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학생 앞에서 꾸중"…중학교 교사 반발
인천 C중학교 교감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꾸중하는가하면, 강제적으로 방과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는 일선 교사들의 고충심사청구서가 인천시교육청에 접수됐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 C중학교 교사 2명은 고충심사청구서를 20일 시 교육청 교원정책과에 접수했다.
C중학교 교사 2명은 고충심사청구서를 통해 C중학교 교장과 교감은 방과후학교를 진행하면서 전원이 참가하는 것으로 관련 예산을 미리 세워뒀으며, 방과후 학교 신청서에 '불참' 표시없이 강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교감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꾸중하는가 하면, 강압적인 분위기로 교무회의를 진행, 교무회의 불참 때 사유서를 받는 등 교사들을 강압적인 분위기로 관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충심사청구서가 접수되자 시 교육청은 학교에 장학사를 내려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C중학교 교감은 "현재 자세한 고충심사청구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학교장의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막강한 학교 권한을 감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교육비리근절을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막강한 교장의 권한으로 인한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장의 막강한 권한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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