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약이냐 독이냐 논란 가열

[쿠키 사회] 정부가 올해부터 확대 추진 중인 각급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선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선 교사와 학원 등에선 '학교내 학원'으로 공교육만 위축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과후 학교 실태

대구시 동구 동원중은 최근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방과후 학교'의 교과학습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30여개 강좌를 개설했다.

교과학습 강좌는 주요 과목별로 기초반부터 심화반까지 세분화했다. 강사진은 교사 11명, 외부 강사 18명 등 모두 29명으로 구성했다. 외부 강사는 학원 출신보다는 교사 자격증을 가진 일반인을 주로 채용했다. 대학생 멘토링 제도를 적극 이용, 경북대 사범대 재학생을 저소득층 학생 교과지도 및 상담 강사로 활용한다. 학생들의 참여율이 50%에 이를 만큼 호응도 높다.

반면, 수성구 M중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교과학습 37개 강좌, 영어회화 등 특기적성 23개 강좌를 마련하고, 지난달 말 학부모에게 프로그램 참가 수요 조사서를 일제히 보냈다.

특히 수학·속독 등 교과학습 37개 강좌는 모두 대구시내 학원에서 활동하는 강사팀에게 맡겨 '학교내 학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업시간도 방과후 4교시까지 편성해, 강의를 모두 마치면 오후 8시에 이른다. 수강료는 한달에 4만∼8만원이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원 강사를 채용했다"며 "학교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쳤고, 강좌 수강은 학생의 선택에 맡겼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교육부의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로 동원중을 비롯, 대남초등과 도원고 등 3개교가 있고, 대구시교육청 시범학교는 방과후 보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칠성·강동·덕성·감산초등 등 4곳이다. 이 밖의 학교는 특기적성교육을 중심으로 일부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활성화 지침에 따른 프로그램 확대 개편에 고심하고 있다.

#약일까 독일까

정부는 올해부터 학교에서 시행 중인 특기적성 및 보충·자율학습, 초등학생 보육프로그램을 '방과후 학교'로 묶고, 이를 대학과 비영리법인에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강사도 교원이나 외부강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확대했다. 또 프로그램은 학교별, 지역별 특성에 맞춰 개설토록 했다. 권충현 시교육청 장학관은 "학교에서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한다면 사교육비 경감에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일선학교에서도 원론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원과 예비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을 적절하게 활용, 수요자 중심의 '방과후 학교' 체제를 갖추면 공교육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취지대로 잘 운영될 것이냐에 대해선 우려가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400여개 학교마다 수십개의 강좌를 개설하면 수준높은 강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뚜렷한 인센티브 없이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방과후 학교'가 학교를 학원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행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는 M중처럼 유명 학원강사를 데려와, 학원 특유의 문제풀이식 강의가 성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교육당국에선 프로그램 운영주체를 시범학교는 비영리법인까지, 일반학교는 인접대학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M중학교처럼 교과학습 강좌에 대해 비영리법인 단위가 아닌 강사 개인으로 계약하면 별 문제가 없을 만큼 규정이 허술하다.

주변학교에선 M중이 실제로 모 비영리법인과 협의, 이 법인에서 각 영역별로 전문학원을 섭외한 뒤 강사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교육당국의 규정을 무시한 채 단과학원을 학교에 들인 셈이다.

대구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교장이 '학부모의 희망'이라는 핑계로 단기간의 학력향상을 위해 학교를 학원화한다면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발하는 학원가

학원들은 '방과후 학교'가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전국 100만 학원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입법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형 학습지 업체나 유명 학원강사들이 비영리법인으로 위장해 '방과후 학교'로 대거 진출한다면 공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학원들의 주장이다.

학원가 "생존권 위협이다"

은종국 대구입시학원연합회장은 "'방과후 학교'로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기보다는 공교육 내실화와 고액 사교육비의 주범인 과외 및 공부방 규제 정책을 우선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단체들도 반대 입장이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방과후 학교'가 결국엔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한다. 이상철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정부가 고교에서 보충학습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여전히 사교육에 의존하는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며 "고교 내신 강화와 대학 입시제도 개선 등으로 공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윤철희 기자 feh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