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지면이나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방과 후 학교'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 인헌 중학교도 지난해부터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로 그 뜨거운 논쟁의 한 가운데 들어있다.
지난해와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인헌 중학교와 같은 방과 후 학교 시범학교가 지난해 48개교에서 올해 들어 278개교로 크게 늘어났고, 모든 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기존의 특기·적성교육, 방과 후 교실(초등), 수준별 보충학습 등으로 사용된 각각의 명칭과 프로그램을 ‘방과 후 학교'라는 용어로 통합해 추진하면서 시범학교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방과 후 학교의 실질적인 수혜대상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한 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교의 존재 이유가 이런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여주는데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당장 인헌 중학교 부설 방과 후 학교의 문을 닫는다고 할 때 나타날 풍경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방과후 학교가 없었다면 이 아이들은…
오후 4시 10분이면 어김없이 학교 운동장은 인근 초·중학교에서 수업이 끝난 아이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이렇게 찾아드는 아이들의 숫자는 20여개 학교에서 줄잡아 600여 명이 넘는다. 벌써 두 해 째다. 학교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과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아오고 있다. 프로그램의 질과 가격이 모두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학교를 찾은 몇 몇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산보를 한다.
방과 후 학교가 도입되기 전, 굳게 닫힌 교문과 썰렁한 운동장 풍경을 상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만일 방과 후 학교의 문을 닫는다면 이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어디로 가야할 지 대답은 분명해진다. 학교 교육의 책무성을 높이려면 이렇게 시작된 교육 서비스가 중단 없이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부모들은 “그럼, 그렇지? 학교가 하는 일이 어련하겠어!” 라는 불신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서울시내 한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인 원어민 영어회화반 학생들이 외국인 강사와 함께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체험을 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가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사실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이만한 호응을 얻기까지에는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는 소신만으로 불철주야 노력해 온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 온 교사들의 자부심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교사들을 격려하고 학교에 더 많은 재량권과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기회 제공
방과 후 학교가 공교육을 더욱 무너뜨릴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관점을 바꾸면 학교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라도 학습단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방과 후 학교는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아이들대로, 못하는 아이들은 못하는 아이들대로 자기에게 필요한 학습을 골라 함으로써 학업성취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정규 수업시간보다 적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토론학습 등 좀 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고, 정규 수업시간에 충족하지 못한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여 정규 수업과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해 공교육을 내실화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계층·지역 간 교육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유달리 교육열이 높은 이 나라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울 기회를 더욱 넓혀주어야 한다.
돈 있는 사람만이 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놓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는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방과 후 학교 운영은 꼭 필요하다.
교육재정을 대폭 늘리고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방과 후 학교의 문을 계속 여는 것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모두가 노력한다면 그것은 꿈이 아니다.
정경남 서울 인헌중학교 교사(dacriver@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