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가 ‘방과후 학원’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황제 보충수업 등을 실시하며 사교육비 경감,교육격차 해소,사교육 수요의 학교내 흡수라는 설립 취지와 정반대로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중점 교육사업인 방과후 학교의 탈선사례가 잇따르자 교육인적자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강력한 단속방침을 밝혔다.
◇황제 보충수업의 빌미 제공=교육부는 방과후 학교를 실시하며 학생 희망에 따라 ‘무학년 수준별 선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즉 학년에 상관없이 자신의 성적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듣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대전과 대구 사례에서 보듯 무학년 수준별 선택 프로그램이 일부 학교에서는 황제 보충수업으로 변모되고 있다. 성적에 따른 반 편성과 우수 학생들을 위한 입시위주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 과정에서도 특수반 형태의 황제 보충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방과후 학교에서 운영되는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프로그램은 학교안의 사교육을 용인하는 것”이라면서 “방과후 학교의 취지를 살리려면 학생들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특기·적성 교육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보다 더 비싸=일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학원 수강료보다 더 비싸다는 본보 보도(5월19일자)가 나가자 일선 학원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양주에서 L어학원을 운영하는 D원장(44)은 “인헌중학교 방과후 학교가 원어민 강사 2시간 교육을 포함해 주 5시간,10만원을 받는다는 보도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D원장은 이어 “우리 학원은 원어민 강사 수업이 주 2.5시간이며 전체적으로 주 5시간에 11만원을 받는다”면서 “임대료 등을 내지 않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10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학원운영자 입장에서 볼 때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봉천동에서 K어학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도 “원어민 수업을 포함해 주 5시간에 8만원을 받는다”면서 “10만원을 받는 방과후 학교는 폭리수준이며 그 돈을 내고 영어교육을 받는 저소득층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방과후 학교는 사교육업체의 위탁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E기업 등 일부 사교육업체들은 ‘올해 100개 논술 방과후 학교 확보’ 등의 과장광고를 내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관리감독 강화=교육부는 방과후 학교의 탈선사례가 잇따르자 당혹감속에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서 운영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16개 시·도 교육청과 함께 6월초로 예정된 실태조사를 더욱 강화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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