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 team is the first?(어느 조가 먼저 할까?)”
“Me(저요)!” “Here(여기요)!” “우리요!”
영어 특별활동이 한창인 7일 오후 2시 전북 장수초등학교 3학년1반 교실. 레오노라(39) ‘선생님’이 초콜릿을 상품으로 내걸고 주사위를 이용한 ‘영어 단어 게임’을 제안했다. 초콜릿 욕심 때문인지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영어만 허용되는데도 급한 아이한테서는 우리말이 튀어나왔다.
영어에 재미를 붙여 읍내 학원까지 다닌다는 희선(9), 방과 후엔 농사일을 도와야 하는 병민(9), 선생님으로 변신한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민수(9)군. 아이들 모두 영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40분은 금세 지나갔다.
수업을 맡은 레오노라씨는 정식 영어교사가 아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학교측이 ‘국제결혼 가정 도움계획’ 일환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영어수업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응했다.
이 학교 전교생 363명 중 한국인 아빠와 외국 출신 엄마를 둔 이른바 ‘코시안’ 학생은 20명에 이른다. 학교측은 이들이 차별없이 학교생활하도록 돕는 방안을 찾다가 학생들에게 외국어 학습기회도 주고, 코시안 아이들에게 자긍심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이주여성을 특별 교사로 활용하게 됐다. 일본인 도리야마 유키코(39)씨도 일본어 특별교사를 맡고 있다.
이주여성을 외국어 특별교사로 활용하면서 예상대로 학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 학교에서 코시안 아이들에 대한 ‘왕따’란 없다. 도시에 비해 외국어 교육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대만족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이 서툰 엄마 때문에 늘 주눅들어 있던 민수가 달라진 건 물론이다. 레오노라씨는 “예전엔 민수가 친구한테 놀림을 받았다고 해 속도 많이 상했고 아이한테도 많이 미안했다”면서 “요즘은 지나다닐 때 ‘헬로’ 하며 인사하는 아이들도 많이 생기고 민수 표정도 밝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수=송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