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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물이 넘치면 마을이 순식간에 바다가 되분당께!’
전남 무안 삼향동초등학교 5학년 윤성환군은 영화 시나리오 소재로 마을 전설을 제안했다. ‘득배마을’이 한때 배가 들어오는 포구였는데, 언젠가 우물이 넘치면 바다로 변한다는 전설을 듣고 착안했다. 성환이는 “큰 돌덩이가 마을 우물을 꽉 막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시골학교 아이들이 마을 전설을 소재로 영화 제작에 도전했다. 무안군이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 신청해 ‘우리마을 영화만들기’ 사업 자금으로 받은 1100만원을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학교는 해마다 가을이면 학예회 때 학년별로 <토끼의 간> <벌거벗은 임금님> 등 공연을 준비해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등 활발한 문화 활동을 펼쳐왔다.
영화전문집단 ‘창시’가 지난달 4일부터 29일까지 아이들의 영화 제작을 도왔다. 아이들은 약 2주 동안 영화 시나리오 작성법·촬영·동시녹음 등 기초 제작법을 배운 뒤,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다. 시나리오 얼개를 짠 임새린(5학년)군은 “마을 전설과 친구들 이야기를 마음 속에서 상상해서 썼다”고 말했다. 숙제로 마을 전설을 조사하던 시골학교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 무던한 심성을 짜임새 있게 줄거리에 녹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창작연극 시범수업을 한 것이 어색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은 방과 후 수업을 이용해 하루 3시간 정도 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전교생 89명 가운데 40여명이 배우나 스탭으로 참여했다. 마을 이장님과 100살 넘은 할머니 등 어르신들도 조연급 배우로 가세했다.
아이들은 날마다 ‘영화 선생님’ 3명과 함께 촬영 테이프을 보며 완성도를 높여 갔다. 밤 늦게까지 편집을 하면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았다. 박홍준(6학년)군은 “비 오는 장면을 찍으려고 수도꼭지 호스로 위에서 물을 뿌렸는데, 화면에 땅 밑은 젖지 않았더라”며 웃었다. 김다슬(5학년)양은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앞으로 영화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만든 영화 <우렁이의 하루처럼>의 시사회가 지난달 29일 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장면 표시용 ‘딱딱이’를 들고 다니며 최연소 배우로 출연한 여덟살 임예린(2학년)양은 “내 연기가 너무 ‘오바’한 것 같다”고 말해 마을사람들을 웃겼다.
이 영화는 앞으로 8월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고, 10월 대한민국 청소년 영화제에 출품된다. 창시 신지승(43) 감독은 “아이들의 영화적 발상이 기성 제작자보다 훨씬 참신하다”며 “느리고 둔한 듯하지만 성실하게 자라는 시골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