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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듬이 연주단 할머니들이 마을 노인정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
시골 할머니들이 농촌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뭉쳤다. 공식 명칭은 ‘6인조 연주단’이다. 악기는 없다. 할머니들이 손에 잡은 건 다듬이 방망이다.
밤 9시 전북 완주군 소향리 창포마을 노인정. 영창 너머로 귓전을 서늘하게 만드는 천상의 소리가 들린다. 돌 위에 옷감을 놓고 나무 방망이를 두드리자 또당 또당 울려퍼지는 청랑한 선율이 밤공기를 가른다.
이 마을에 할머니 연주단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6월. 농림부가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선정하면서였다.
노재석 마을대표는 “민박을 하는 도시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잊혀져가는 향수를 되살리는 것이고, 우리 고유의 소리를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결성됐다”며 “더 중요한 것은 농촌마을을 살리는 데 젊은이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동참하는 주민화합 분위기”라고 말했다.
맨 먼저 팔을 걷어올린 어르신은 이정숙 할머니(76). 이할머니는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강복진씨의 모친이다. 연주단은 금세 6명의 인원을 채웠다. 옛적부터 다듬이를 활용해 옷을 지어 입던 할머니들은 모두 숙련 연주자였다.
할머니들은 매일 저녁 노인정에 모여 손을 맞춘다. 특별한 운율은 없다. 서로 눈빛만 봐도 일체된 소리가 만들어진다.
김달례 할머니(77)는 “옛날에 흔해 빠진 다듬이 소리를 가지고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마을을 알리는 데 힘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오래 전에 손을 놨던 방망이를 다시 잡으니 기분도 좋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할머니 연주단은 지난 11일 첫 무대에 올랐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고산향 어린이 여름축제’에 초청된 것이다. 연주시간은 고작 10분. 짧은 다듬이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축제에 참가한 박소연양(12·전주송천초등 6)은 “태어나서 다듬이 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이처럼 깨끗한 소리가 퍼져나오는 데 놀랐다”면서 “오래 전에 옷감을 이렇게 만들어 입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창포마을 김동원 총무는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원하면 다듬이질을 직접 가르쳐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전국 어디든 우리의 정겨운 소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쫓아가겠다는 게 할머니들의 소망”이라고 전했다.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