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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 생활화 정지영 학생 가족
"지영이는
학교를 마치면
바로 도서관으로 가요.
어린이 열람실에서
좋아하는 책도 읽고,
피곤하면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종종 학교 숙제도 하구요.
지영이에겐
도서관이 하나의
즐거운 놀이터예요."지난 12일 오후 3시 부산시립시민도서관에서 만난 주부 김민선(45·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씨는 웃음을 띤 채 이렇게 말했다. 민선씨는 "딸인 지영이와 함께 도서관에 오는 일은 반복되는 하루 일과 중 하나일 뿐인데 취재 대상이 될 수 있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눈치다. 그녀에게 매일 오후 3~4시간 동안 지영이가 있는 도서관으로 와 함께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다. 덕분에 민선씨 가족은 올 상반기 한국도서관협회와 부산시립시민도서관으로부터 '책읽는 가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떻게 매일 도서관에 올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특히 우리는 집에서 도서관까지 거리가 차로 5~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쉽게 올 수 있는 이유가 됐죠." 민선씨의 대답이다.
민선씨가 딸과 함께 매일 시립도서관에 오게 된 것은 벌써 1년 6개월이나 됐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지영이가 3학년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일인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네요." 민선씨는 미소를 띠면서 말한다.
민선씨는 지영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미술학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단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시간도 부족해 안타까웠단다. 그러던 중 지영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미술학원을 그만뒀고 평소 책읽기를 즐기던 민선씨는 시립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책을 빌려다 읽히기 시작했다. 아이가 책읽기에 재미를 들이자 민선씨는 신이 났고 시립시민도서관을 더욱 자주 찾았다. 당시에도 지영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함께 오고 싶었지만 저학년이라 미술과 피아노,태권도 학원 등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영이가 자유롭게 오후 시간을 활용할 수 없었다.
"지영이에게 제대로 된 책을 많이 읽히고 싶었고 지영이도 책읽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3학년 때부터는 아예 학교수업을 마치면 바로 도서관으로 오라고 했죠." 김씨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지영이가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신화에 관심이 많아서 북유럽신화와 헤라클레스 등 관련 서적을 읽고 있어요. 헬렌켈러나 유관순 언니처럼 여성 위인전도 많이 읽고 있어요. 참 본받을 점이 많아요." 지영이의 말이다. 열람실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지영이 옆에는 오늘 읽을 책 5~6권이 놓여 있다. 학습만화도 있고 위인전도 있다. 책을 좋아하고 차분한 성격인 지영이는 매일 도서관에 가자는 엄마의 말에 단번에 찬성했다. 친구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가야 하지만 지영이는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어볼 기회가 생겨 기분이 좋았다.
"책을 즐겨 읽다보니 지영이는 감성이 풍부하고 일기를 쓸 때도 같은 또래에 비해 내용이 훨씬 풍부한 것 같아요." 민선씨는 독서의 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또 지영이가 어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어른스러운 점도 독서를 많이 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민선씨의 생각이다. 매일 책을 읽다보니 통독 능력이 생겨 빠른 시간내 책을 읽게 되고 상식이 풍부해진 것도 독서의 좋은 점이란다.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한 지영이는 한글 공부를 특별하게 시키지 않았는데도 글을 깨쳤어요. 학교 공부에서도 점차 독서의 저력이 나오리라고 믿어요." 민선씨는 독서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민선씨는 2주에 한번꼴로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는단다. 꼭 구입해서 읽어야 할 책을 구하기 위해서다. 도서관에 없는 신간이나 책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취재 막바지에 민선씨가 하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어디에서도 도서관처럼 넓고 확 트인 공부방은 없죠. 도서관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책을 읽게 되는 마술같은 공간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