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곡초 학생들 단편 ‘내 마음속 초록빛’ 제작
제작비 50만원… 공주영상대·마곡사 적극 지원
[조선일보 임도혁기자]
전교생이 64명인 작은 산골학교 초등학생들이 영화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초등학교(교장 김창식) 어린이들은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마곡사 주차장에서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14분짜리 단편영화를 학부모,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감상하는 시사회를 연다.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를 찍은 다큐멘터리와 축하 메시지를 담은 영상물도 함께 상영한다. 학생들은 또 내달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했다.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 제목은 ‘내 마음 속 초록빛’. 환경오염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반딧불이가 공주시 사곡면 산간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점에 착안, 반딧불이와 도시에서 산골로 전학 온 학생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마곡사 주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순수한 우정을 쌓아가면서 반딧불이를 통한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제작이 처음 추진된 것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던 김승태(44) 교사가 ‘방과후학교’(수업이 끝난 뒤 특기적성 교육을 위주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것)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인터넷이나 TV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주자는 생각이었다. 김 교사는 곧 발로 뛰어다니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공주영상대가 제작에 필요한 촬영장비와 보조인력을, 마곡사가 촬영장소와 식사를 무료로 지원했다. 덕분에 학교 지원금 50만원으로 경비가 모두 해결됐다. 이 돈이 제작비인 셈이다.
김 교사는 3~6학년 20명을 중심으로 7월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김시연(6학년)군은 시나리오를, 김영건(6학년)군은 동시녹음을 맡았다. 김형문(6학년)군과 주현지(〃)양이 남녀 주연 배우를 맡았다. 모두가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잘 해준 덕택에 촬영에 들어간 지 두달여만인 이달 초 드디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김 교사가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기표현력을 높이는 등 부대효과도 컸다.
감독 역할을 한 김승태 교사는 “고사리 손으로 만든 영화지만 제법 볼만하다”고 뿌듯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