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에선 한 끼의 밥을 제공하는 복지의 공간이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선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오아시스이며, 남녀 차별 문화가 남아 있는 나라에선 억눌린 꿈을 펼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기도 하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받고 있는지 알고 싶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한 두 전직 교사의 소박한 꿈이 지구를 한 바퀴 돌게 했다. 1년 반 동안 세계 48개국을 돌아본 프랑스인 상드린과 알랭 모레노는 꿈을 머금은 아이들의 오염되지 않은 눈망울을 보고 돌아와 ‘얘들아, 학교 가자’를 펴냈다. 책은 그 중 30개 학교를 뽑아 고유의 문화와 더불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지리적 특징이 학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정리한 일종의 ‘사진으로 보는 어린이 문화 백과’다.
책은 독자와 세계 어린이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지금 이 순간도 힘든 현실에서 꿈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아이들 모습을 통해 세계에 대한 깊은 연대 의식과 관심을 촉구한다. 책은 또 전쟁, 인권 유린, 가난 등 평화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을 요소요소 짚으며 이것이 단지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마을 내 이웃의 문제이며, 곧 우리 손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을 깨닫게 해 준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 어린이들에겐 어쩌면 당면 과제일 수도 있다.
공저자가 세계 어린이의 일상을 접하기 위해 ‘학교’라는 공간을 택한 이유는 학교야말로 세계 어린이들의 공통된 배움터이자 놀이터이며,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의 장이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학교에는 그들만의 고유 문화와 아픈 현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저마다 사람살이가 있는 ‘삶터’였다.
저자들이 들른 학교는 모두 제각각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공부하는 세계 유일의 평화학교가 있고, 인도에는 배움의 기회를 받지 못한 여자아이만을 위한 야간학교가 있다. 모로코에는 존경받는 동네 어르신이 가르치는 코란학교가 있다. 안데스 산맥엔 시간표나 학습 프로그램도 없는 인디언 초등학교가 있다.
지구촌의 각 학교는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각기 다르다. 물론 등교하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도 조금씩은 다 다르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맑은 눈빛에서 찾아지는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은 모두 같지 않을까.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