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축구 [중앙일보]
서울지역 6곳 보육원생들
어려운 환경 딛고 땀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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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복지센터의 오주수((左)에서 둘째)와 혜명보육원의 김형태((左)에서 넷째)가 볼을 다투고 있다. [성남=박종근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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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동 박지성'과 '봉천동 설기현'이 대결을 벌였다.
서울 시흥동 혜명보육원과 봉천동 동명지역아동복지센터 어린이들이 29일 풋살(실내 축구경기)로 맞붙은 것이다. 성남시 정자동의 '업그레이드 스포츠센터'에서다.
혜명보육원의 김형태(13)는 발군의 드리블러다. 서너 명을 질풍같이 제치며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체격은 작지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는 박지성을 빼닮았다.
동명복지센터의 오주수(11)는 중원 사령관이다. 큰 덩치에 돌파와 패스로 친구들에게 공을 찔러 주는 모습이 듬직한 설기현이었다. 지켜보는 어른들의 눈이 즐거울 정도로 이들의 플레이는 화려했다.
형태는 부모가 이혼한 후 다섯 살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해 왔다. 언제부턴가 형태의 키는 자라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임에도 1m35㎝의 키는 그를 초등학생으로 보이게 한다.
운동엔 만능인 형태 안에는 언제부턴가 박지성이 들어앉았다. 밤을 설치며 박지성이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본 다음날이면 주차장과 흙땅이 반반인 보육원 마당을 공을 차며 누빈다. 하지만 형태의 꿈은 축구가 아닌 태권도나 기계체조 선수다. 작은 키 때문에 축구선수는 꿈꿀 수 없다. "30㎝만 더 크면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 텐데…." 형태의 아쉬움이다.
주수는 함께 사는 부모님을 보기 힘들다. 아빠와 축구를 하고 싶지만 운수회사에서 일하는 아빠는 오후 10시가 돼야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을 복지센터에서 두 동생과 함께 보낸다. 주수의 낙은 오로지 축구다. 폭 2~3m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해 가는 줄 모르고 공을 쫓아다닌다. 그의 우상은 설기현이다. "(설기현 선수가) 만날 측면돌파로 선수들을 돕잖아요"라고 말한다.
서울지역 6군데 보육원과 아동복지센터 70여 명의 아이들은 이날 '축구 잔치'를 벌였다.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스포티즌의 젊은 직원 13명과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가 2007 '작은 천사 큰 희망 어린이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백청기(28) 혜명보육원 교사는 "요즘 남자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물어 보면 하나같이 축구선수 될 거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공한 박지성처럼 대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골목길과 흙땅에서 낡은 공을 차며 꿈을 키우던 아이들은 이날 소원을 풀었다.
영리와 무관하게 행사를 준비한 스포티즌 직원들은 업무로 쌓은 네트워크를 동원해 후원을 받았고, 프로골퍼 김대섭과 홍진주의 골프클럽을 기증받아 사내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마련된 기금은 전액 참가한 아이들의 유니폼과 축구용품, 학용품을 마련하는 데 썼다.
성남=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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