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스로 꿈을 꾸게 해 주자

건훈이가 아주 어렸을 때 나는 문구점에 가서 커다란 지구본을 하나 사 가지고 왔다.
그때 지구본을 처음 본 건훈이는 신기한지 놀러 나가지도 않고, 내 옆에 앉아 지구본을 빙빙 돌려가며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건훈이와 함께 지구본을 보면서 물었다.
"건훈아,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겠니?"
건훈이는 내 얼굴을 삔히 보더니 작은 손으로 정확히 우리 나라를 가리켰다.
"잘 찾았어, 그런데 우리 나라가 어떻게 보이니?"
"너무 작은 것 같아요."
나는 건훈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지구 전체를 놓고 보니 우리 나라가 참 작아 보이지? 그리고 엄마 눈에는 건훈이라는 커다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기에도 작은 것 같구나. 그러니 네 꿈을 우리 나라에만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해. 건훈이는 이 다음에 커서 틀림없이 전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는 사람이 될거야."

건훈이와 나는 그 후로 틈만 나면 지구본을 돌려가면서 다른 나라 이름과 위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책이나 신문에서 모르는 나라가 나오면 찾아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지구본은 건훈이의 꿈을 현실화 해 준 가장 첫 번재의 자극제였을 것이다.

나는 건훈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어떤 직업을 가지라' '어떤 학교를 가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꿈을 꾸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꿈을 꾸게 되면 그 다음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을 깨닫지 못하고 재능을 썩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나는 좋은 재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재능이 있어도 써먹을 데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꿈이 있으면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꿈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 최선을 다하게 하며, 늘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꿈을 꾸고 이루는 데 있어 부모의 욕심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가 대신 이루기를 바라거나, 타인의 시선에 대해 부모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분명 부모의 욕심이다. 그런가 하면 세상을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로서 부모는 아이가 꾸는 비현실적인 꿈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부모는 아이의 조력자일 뿐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아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가 꿈을 이루어가는 데 부모가 진정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려면, 대화를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오늘부터 당장 내 자녀에게 "꿈이 무엇이니?"라는 말을 해 보자.
그리고 어떠한 황당한 꿈을 이야기 하더라도 다 인정해 주고 아이의 편이 되어보자.

[ 서울특별시교육청 / 명예기자 / 작가 박동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