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연구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한편의 거대한 조작극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 보고서는 논문의 허위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고의적인 조작이 황 교수의 직·간접적 지시에 의해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또 황 교수와 책임 소재선에 있는 교수급 연구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사도 밝혔다.
◇줄기세포주의 숫자=황 교수는 그동안 논문제출 전 11개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러 연구원들이 직접 확인했고,제럴드 섀튼 교수 등도 연구실에서 보고 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조사위의 검증결과 논문 발표 당시 배아줄기세포는 2,3번 두 개뿐이었고 그나마 진짜로 환자들의 배아줄기세포인지는 감식기관 3곳에 의뢰한 DNA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어쨌든 논문 투고 시점인 3월15일 연구팀에는 단 2개의 줄기세포밖에 없었다. 4개의 줄기세포는 그 전의 오염사고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고,나머지 2개는 허구의 줄기세포였다. 황 교수는 논문발표 전인 3월9일까지 서둘러 4개의 줄기세포를 추가 배양했다지만 논문 발표시는 줄기세포의 성질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또 논문제출 후 4월2일까지 다시 2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불분명하다.
따라서 현재 연구팀 소유의 줄기세포는 2004년 수립한 1번 줄기세포와 이미 존재했던 2,3번 줄기세포 그리고 논문발표 전후 만들어진 6개의 줄기세포 등 총 9개다.
◇논문의 데이터=황 교수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위적 실수'라는 용어로 줄기세포 사진과 관련한 테이터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몇몇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진이나 줄기세포의 숫자 이외에 검증을 위한 DNA 지문분석 또한 ‘엉터리'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줄기세포가 맞다면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의 DNA와 이를 이용해 만든 줄기세포의 DNA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가상의 줄기세포 9개의 허위 데이터를 얻기 위해 한 환자의 체세포를 둘로 나눠 각각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조사위는 “황 교수가 연구를 총괄하는 위치였던 만큼 데이터 조작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황 교수도 조사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 지시 여부를 일부 인정했고 연구원들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라토마 형성=황 교수 연구팀은 테라토마 형성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는 7개 세포주의 테라토마가 형성됐다고 나와 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황 교수팀은 MBC ‘PD수첩'팀의 취재가 시작되자 즉시 사이언스에 테라토마의 수를 3개로 정정했다. 하지만 조사위의 조사결과 연구팀은 2,3번 2개의 줄기세포주에 대해서만 테라토마 형성을 확인했고 다른 줄기세포의 테라토마에 대한 기록이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배양된 줄기세포를 면역력이 결핍된 실험쥐(SCID mouse)에 이식해 암과 같은 종양으로 자라게 한 것을 가리키는 테라토마는 줄기세포가 생체 내에서 다분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증거로 활용된다. 따라서 테라토마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조사위 2004년 황 교수 논문 및 복제견 스너피도 검증=조사위는 결국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고의적인 조작'으로 결론냈고,연구데이터의 진실성을 기반으로 한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사진과 동일한 사진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 교수팀의 2004년 줄기세포 논문과 체세포 복제가 아닌 할구 분할을 통해 태어났을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계최초 체세포 복제견 스너피 등에 제기된 의혹도 검증할 예정이다. 조사위는 22일 스너피와 대리모견의 혈액분석을 의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조사위가 확보한 연구팀의 해동 및 냉동된 9개의 줄기세포와 연구팀이 보유한 13개의 체세포 등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오는 다음주에는 황 교수 연구팀의 원천기술 소유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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