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글?
네오위즈의 창립멤버인 장병규대표(32)가 조용하지만 야심찬 꿈을 펼쳐놓았다.지난 5월 네오위즈가 ‘게임사업 올인'을 선언하자 분사 형태로 사내 검색팀을 데리고 나와 (주)첫눈이란 검색업체를 설립했다. 지난 해 4월부터 네오위즈 내에서 검색사업팀 형태로 진행해오던 검색사업을 독립시킨 것.말이 분사일 뿐 지분의 90％를 장대표가 소유해 실질적인 창업이다.
지난 5월 창업했지만 이미 1년여 가량 검색엔진을 개발해 왔기에 분사와 동시에 일종의 베타서비스인 ‘첫눈 예고편＃1'을 5월 초 곧장 선보인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예고편＃2'를 선보였다. 첫눈이 내세우는 검색기술은 ‘스노우랭크'.구글의 페이지랭크처럼 ‘중복된 것이 가치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했다.검색결과 중 최대한 중복이 많은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검색 이용자의 의도를 최종 단계에서 사람이 판단하는 기존 국내 검색 서비스와 달리 ‘기술'로 대치했다는 점에서 구글을 닮았다.여기에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네이버의 통합검색을 응용해 DB와 블로그,게시판 등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처럼 ‘구글+네이버'의 장점을 통합하는 한편 검색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주제를 찾아낸 후 주제에 따라 묶여진 결과를 보여주는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사용자가 미처 의도하지 않은 중요한 정보까지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사용자를 배려한 기술 덕분에 ‘첫눈'에 대한 마니아층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 지난 2002년 당시 ‘넷마블'이었던 CJ인터넷이 ‘마이엠'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접은 후 오랫만에 등장하는 검색관련 신규서비스인데다 눈이 뭉쳐진 것처럼 정보를 묶어서 보여준다는 서비스 컨셉트가 신선하게 다가선 덕분이다.
마케팅방식도 독특하다.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서비스'라는 컨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서비스 초기부터 블로그를 개설해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1000여명에 이른다. 이중에는 지속적으로 ‘첫눈'에 관한 이용자평을 올리는 극성팬도 상당수에 이른다. 돈 안들이고 블로그를 통해 ‘추종자'들을 양산한 구글의 마케팅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정작 장대표의 검색 출사표는 소박하다못해 엉뚱하다. “검색이 인터넷의 핵심서비스인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하고 보니 ‘아,내가 몰라서 시작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만큼 어렵고 힘든 분야라는 것.“알고보니 겁이 덜컥 났다”는 곁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첫눈'검색팀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같은 말이 다 엄살이라는 것을 알게된다.개발팀장은 KAIST에서 오랜 기간 검색엔진만을 연구해온 검색엔진 전문가 신중호씨가 맡고 있고,보안업체에서만 10여년의 경력을 쌓은 김병학팀장,세이클럽의 창안자 남세동팀장,언어처리 분야의 전문가인 이상호팀장,시스템 전문가 이석찬팀장,검색콘텐츠 전문가인 한미나팀장 등 막강한 기술진이 포진해있다.
“검색에 뛰어들어 뭔가 일을 내보자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2~3년 모여 뭔가를 하면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는 ‘나이브한' 발상도 외려 야심찬 검색엔진 개발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고무된 탓일까? “모르고 시작했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어마어마한 시장인만큼 ‘첫눈'같은 작은 검색업체도 분명히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순한 인상에 어울리지않게 제법(?) 큰소리도 서슴치않았다. 그는 “1등 자리를 노리지 않는다면 검색분야는 아직도 할일이 무궁무진하다”며 후발업체의 진입을 부추긴다.
나성균대표와 함께 네오위즈 창업자인 그는 이미 평가재산만도 수백억에 달하는 작은 갑부이다.그런 그가 굳이 ‘검색'이라는 험난한 분야에 발을 내딛는 이유도 재미있다.검색이 국내기술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완성돼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투자활동이 워낙 미진해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 “국내 검색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플레이어가 등장해야하고 그중에는 네이버처럼 큰 조직도 필요하지만 첫눈처럼 작은 조직도 있어야 한다”는 그의 설명처럼 ‘첫눈'으로 인해 국내 검색시장이 크고 작은 경쟁을 통해 진화하는 멋진 생태계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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