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서커스단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도구들과 신기한 동물들이 가득하다. 여러 동물 중에 몸집이 커다란 코끼리도 얌전히 장막 안에서 한 자리를 비좁게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을 자유롭게 누비는 코끼리, 감히 어떤 동물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몸집과 그에 맞는 위용을 갖추고 있어야 할 최대의 육지 동물이다. 그런 코끼리가 어째서 비좁고 허술한 장막 안에 기꺼이 갇혀 있는 것일까?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막지 못할 힘과 능력을 갖고 있는데 왜 자유의 몸이 되려고 하지 않는 걸까?
코끼리가 서커스단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코끼리는 야생동물이지, 천막에 갇혀 지내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코끼리가 달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달아날 수 없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커스단에 팔려와 어렸을 때부터 줄곧 밧줄에 묶여 있었던 코끼리, 물론 밧줄을 끊고 도망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도를 했지만 힘이 약했기에 아무리 힘껏 당겨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탈출하려는 시도 자체를 아예 중단하게 되었다. 코끼리의 몸이 자라서 어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생겼기 때문에 조금만 쓱 당겨도 금세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말문이 늦게 터지는 아이도 있고, 발달과 발육이 또래보다 약간 늦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부모조차 그런 내 아이가 별로 신통치 않다고 섣불리 ‘판결’ 내리고 ‘포기’해 버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도 스스로 ‘난 별로 똑똑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도전할 의욕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자신을 밧줄에 묶어두고 그 이상을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성장해가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지혜와 지식, 체력이 형성되었는데도 생각은 과거에만 머무르는 바람에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놀라운 존재다. 비록 지금은 학습능력이 약간 뒤처져도, 체력이 좀 약해도, 재주가 없고 둔한 듯해도, 한 살씩 나이를 먹고 배워가면서 엄청난 성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먼저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아이의 성장을 눈여겨보며 이전보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아이가 잘하지 못하는 과목이나 싫어하는 분야를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해 주자.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는 것도 아이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아이의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릴 적 아이의 모습만 보고 ‘이건 잘하고 이건 못하는구나. 이걸 시켜야겠다’ 섣불리 판단하여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아이의 자신감을 빼앗고 행동반경을 위축시킬 뿐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는 조금만 다른 일, 어려운 일을 만나면 금방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에게 가능성을 인정받고 신뢰받는 아이는 흥미를 느끼고 도전할 수 있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밧줄을 끊고 더 큰 성장과 발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하고 도와줘야 할 것이다.
출처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