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필작가 박희수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자연은 항상 같은 얼굴로 맞아주지 않기 때문에 계절의 상관없이 어떤 장소를 선택하더라도 지루함이 없다.
봄이면 푸릇푸릇하게 피어나는 초록의 나뭇잎, 여름이면 푸른 바다가 부르고, 가을이면 청명한 하늘과 불타오르고 있는 산하를 만날 수 있어 기쁘고, 겨울이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눈꽃을 매달고 있는 앙상한 나무와 하얀 이불을 덮고 있는 산하도 아름답다.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고 우리를 맞이하는 자연을 바라보면 진정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우리는 너무 치밀하게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인생 설계를 하듯 장소 선정에서부터 어디서 잘 것이며 무엇을 먹을까 등 만만에 준비를 하고 떠난다. 여행을 가서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여행가면서 잔치를 치러도 될 만큼 음식을 가득가득 싸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여행을 온 것인지 먹으려고 온 것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그것이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여행하면 준비해야 될 것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많은 짐 때문에 여행지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짐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고 하지만 결국 과도한 짐 때문에 여행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은 휴식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또한 평소에 자주 접해보지 않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나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면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야만 하는 현실에서 잊고 있었던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여행처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리라.
거창하게 떠나는 여행도 삶의 활력이 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여기저기서 들리는 가을바람을 맞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자전거 여행이다. 요즘은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전거 여행은 일상의 기쁨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곳으로 떠나 생활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면 빛을 잃었던 보석 같은 자신을 만난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해 즐겁고 우리에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일상의 무거움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서 기쁘다.
삶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다. 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꽃을 만나면 아무 조건 없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있는 자연 앞에서 서면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했었던지 느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