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진로상담까지…대학생 형·언니가 도와줘요"[희망한국 2006 "교육격차 해소 원년!"] ③ 소외계층 멘토링

교육인적자원부가 날로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 원년(元年)'으로 선포했다. 교육을 통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다짐이다. 국정브리핑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교육격차의 원인과 그 대안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1. 교육안전망 '촘촘히'
2. 1郡 1우수高
3. 소외계층 멘토링
4. 평생학습도시
5. 유아교육비 지원
6. 부모마음대출
7. 코시안, 제2의 혈육

지난 9일 아침 업무도 시작하기 전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경기도 파주에 살며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전날 TV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과외를 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본인의 자녀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민원인들처럼 자녀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리곤 빨리 서울대 학생 과외를 시켜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비슷한 민원전화는 지금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왜 대학생 멘토링인가?

사교육 분야에서 소득 계층별·지역별 교육비 지출 격차가 커졌다. 200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상위 계층의 교육비 지출은 62만2000원인데 비해, 최하위 계층은 9만9000원에 불과하다. 6배 이상의 격차다. 1년 동안 6배라면 고등학교까지 정규교육과정 12년 동안 누적되는 것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교육비 격차는 단기적으로는 학업성취도 차이로, 장기적으로는 학력 간 임금·소득 차이로 이어진다.

교육적 관심과 지원이 적고, 기댈 데도 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공부할 의욕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본인의 장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상담해 줄 상대를 마땅히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 멘토링 제도는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순히 가정교사로서 학습지도만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장래의 희망도 함께 찾아주는 형, 언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내 5개 사범대생이 참여한 멘토링

▲공진중학교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중학교에서 대학생 멘토링의 성공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재학생의 70%가 소형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결손가정의 학생 수도 40%를 차지한다.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학습지도나 사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학교교육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러나 개별 학생의 수준차이가 크고,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된 학력결손도 심각한 상황이라 개별 지도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2005년부터 대학생 보조교사제를 1년 동안 시행한 결과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진중학교에서 지도를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92%의 학생이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특히 ‘학습에 의욕이 생겼다'는 응답이 50%,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41%로 나타났다. 지도를 받은 이 모양은 “수업 시간에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용기가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는데, 대학생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과외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을 창피하지 않게 마음대로 물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멘토로 참여했던 설 모군(고려대)은 “처음에는 애들과 어색해서 교과서의 내용만 설명해주었는데, 차츰 인간적 관계를 맺게 됐다”며, “너무 짧은 기간이라 연장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남서울대 학생들이 천안중앙고 방송고 학생에게 멘토링하는 모습.

현재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서울시내 5개 사범대학(건국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과 협약을 맺고 71개 중학교에서 193명의 대학생이 보조교사로 활동하는 ‘대학생 보조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범대 예비교사들을 중심으로 중학교 현장을 방문하여 방과 후 특별보충 과정 지도에 참여하여 학습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성인 고등학생도 대학생 멘토링 받는다

▲천안 중앙고등학교 방송고 = 현재 전국에는 1만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그 중 20세 이상의 성인이 90%, 50대 이상인 학생도 13.6%에 달한다. 방송통신고의 수업이 라디오에서 인터넷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다. 천안에 소재한 중앙고등학교에서도 학업의 기회를 놓친 만학의 고등학생들이 한 주 걸러 일요일마다 모여서 공부를 한다.

중앙고 인근에 있는 남서울대에서는 이석렬 교수를 중심으로 18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 방식은 직접 만나서 공부하는 방법 이외에도, 성인 학습자가 공부하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전화, 메일,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하고, 지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성인 학습자는 컴퓨터를 하다가 자식에게 물어보기도 창피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멘토에게 전화를 해서 해결한다.

자율적 봉사동아리 활동도 활발

관악구와 동작구에는 월 70만 원의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에 의존하며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는 학생들이 1782명(전국 26만5000명)에 이른다. 서울대의 자원봉사 멘토링 동아리 ‘아름터'는 서울 난곡(관악구) 지역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과외지도를 해주는 동아리로 2005년부터 2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봉사동아리 ‘아름터' 회장인 이승민(경영대)군은 “처음에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대학생 멘토링을 시작했는데, 가르치면서 애들 성적이 향상되어 보람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멘토링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난우중학교 김 모양은 “부족한 과목의 성적이 올라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오빠가 생겨서 고민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대학생 멘토링 제도화 첫발 내딛어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월 8일에 서울대에서 대학생 멘토링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하여 서울시교육청, 서울대, 관악구와 동작구가 참여했다. 멘토링 사업은 2∼3월 중에 서울대에서 멘토링 사업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고, 동작교육청에서 관악구 및 동작구 소재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에서 참여할 학생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학생 멘토링 시범사업 협약체결. 서울대.

서울대에서 모집한 멘토 대학생 300명은 관악·동작구 저소득층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3∼4명을 맡아 주2회씩 한달에 16시간 정도 가르친다. 멘토링은 기초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취미 및 문화·체험 활동, 그리고 인성 및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희망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서울대는 멘토링 참여 대학생들에게 교육실습학점 또는 봉사학점(1학점)을 인정하고, 멘토링에 필요한 비용(교통비·식비, 영화·연극 관람비 등)은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지원한다.

교육부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범사업 기간동안 전국적으로 확산이 가능한 멘토링 운영모델을 개발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에 있는 30개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으로 확대한다.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신청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멘토링 필요한 대상 너무 많아

우리사회에 멘토링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너무 많다. 전국적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학생은 약 18만 여명이고, 이를 차상위계층 학생까지 확대할 경우 약 27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 계층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새터민 자녀, 국제결혼 이주자 및 코시안 등에 대해서도 멘토링이 필요하다. 법무부에서 관할하고 있는 보호관찰대상 학교 밖 청소년도 1만8500여 명에 이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의 원년'으로 삼고, 교육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했다. 대학생 멘토링 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므로 다양한 방식의 교육지원 사업들이 필요하다. 대학생 뿐 아니라 자원봉사 성인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멘토링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멘토링(Mentoring)의 유래 (그리스 신화) - 고대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떠나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보살펴 달라고 한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다. 멘토는 오딧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텔레마코스의 친구,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그 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후견인)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정제영 교육부 기획총괄담당관실 (cjy@moe.go.kr) | 등록일 : 200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