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러분! 마술을 믿나요?" 마술사가 묻는다.
아이들이 "아뇨"라고 답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마술사는 큰 그릇에 종이를 찢어 넣고 불을 붙인다.
불을 끈 뒤 뚜껑을 열자 사탕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은 "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손뼉을 친다.
24일 오후 4시 부산 영도구 청학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 이웃 방과후 학교' 합동 개강식이 열린 것. 개강식 후에는 마술 배우기 등 재미있는 맛보기(시범) 수업도 펼쳐졌다.
다음달 3일부터는 정식으로 방과후 수업이 진행된다.
방과후 학교의 개설을 더욱 뜻깊게 하는 것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 평등화를 위한 사회적 연대다.
방과후 학교는 부산일보사,부산시교육청,굿네이버스,한진중공업,조선일보사 등이 공동으로 계층 간 교육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방과후 학교를 개설하는 학교는 반송초,운송초,반여초,반석초,신연초,청학초,봉학초,삼덕초,양성초,선암초 등 부산지역 10개 초등학교. 각 학교는 저소득층 4~6학년 학생 중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등의 추천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학생 20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매일(주 5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각 학교에 마련된 교실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춘 독서,논술,영어,수학 등 교과목 수업은 물론 학교 숙제도 도와준다.
또 아이들의 적성을 살리기 위한 특기(음악,미술) 교육도 실시한다.
학생들에게는 저녁식사가 제공되며 이미용·청결 등 신체관리,건강검진 등도 병행된다.
매달 두 번 학교수업을 쉬는 토요일에는 박물관,미술관,주말농장 등 체험활동을 실시하며 방학 때도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점심과 저녁을 제공한다.
이 방과후 학교를 개설하는 데는 사회적 연대가 큰 힘을 발휘했다.
먼저 부산시교육청은 사회복지 관련 전공자를 각 학급의 담임 선생님으로 선정했다.
또 부산대,경성대,동서대 등 대학생과 논술·영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강사진을 학급당 4명으로 구성하고 자원봉사자 100명도 선발했다.
이에 청학초등학교 교사 9명은 선뜻 수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부산일보사는 방과후 학교 개설 희망학교와 후원기업을 모집하고 굿네이버스는 강좌 개설 및 저소득층 대상 교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 역시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부산지역 전체 학교가 방과후 학교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은영·김종균기자 edu@busanilbo.com
- 지역의 빛으로 독자의 희망으로 (부산일보 창간 60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