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들만의 것 아닌 주민 모두의 공간”

[교육개발원 포럼]

“학교는 이제 더 이상 학생들만의 공간일 수 없습니다.”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우수한 교·강사 지원과 시설설비를 갖추고 있고 지역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교를 사회전체 구성원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서비스 제공센터' ‘지역 평생학습정보센터'로 변신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는 14일 ‘학교평생교육의 현황진단과 발전전략 탐색'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학교평생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운영 모델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가졌다.

학교평생교육이란 개념은 학교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평생교육 방편으로 방과후 활동, 청소년 수련활동 이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학교 개방, 학교시설을 이용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규선 한국평생교육사협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교육환경에서 학교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학교는 지금까지 해오던 학교 교육에 평생교육을 추가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평생학습사회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구조로 리모델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5일제 수업은 수업일수 감축과 교직원의 협력, 가정과 지역사회의 연대 강화, 학교조직 개선 등 학교 경영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학교의 기능도 학생 뿐 만아니라 지역주민 전체의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도록 기대되고 있다.





2005년 9월 23일 오전 경기도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전국평생학습축제에서 어린이들이 평생학습인물열전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양흥권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부연구위원은 학교평생교육의 필요성과 관련 “이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대응 전략”이라며 “사교육 참여기회에서 소외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학교에서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보상교육을 통해 보장적 교육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학교평생교육은 기존의 학교경영 방식을 극복하고 평생학습 활성화 관점에서 학교변혁을 지향하는 활동 중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입은 전 세계적으로 교육정책의 흐름을 평생교육 중심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 과정도 평생학습의 토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따라‘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제7차 교육과정으로 변화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의 명칭도 교육부에서 인적자원개발의 중요성을 담아 변경했다. 평생학습정책국이 독자적인 ‘국'이 되어 그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각국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주민의 평생학습기회 서비스가 활발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학교에서의 평생교육은 학교의 부수적 기능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의 지역주민을 위한 개방시설은 도서관, 운동장, 체육관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프로그램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여가 선용 및 교양교육에 치우쳐 기초교육과 평생직업교육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주선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학교 평생교육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의 기본 기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의 기능을 종래와 같이 학생에 대한 교육에 한정한다면 주민교육은 부수적인 기능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승호 교장(전남 화순고등학교)도 “학교는 본래 교육과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육적 책무성 측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학교 평생교육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재 학교 교직원들은 과거에 배해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특별보충과정 운영, 방과후 학교 운영 등 매우 바쁜데다가 동시에 평생교육에 대한 활성화 요구까지 받고 있다.

김 교장은 “최근 일부 평생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를 제외하면 평생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교사나 해당 업무 담당교사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평생교육이 활성화 되려면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안정망 구축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평생학습도시조성사업,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지원, U러닝 시범학습단지 조성 등을 통해 사회적 변화에 따른 학교의 역할 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포럼 참가자들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사업들이 지역적 자율성보다는 규격화된 틀에 따라 학교 내부에서도 분절된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주선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교육복지사업, 방과후 학교, 주5일제에 따른 학교활용 등 다른 부서에서 관장하고 있는 사업들을 통합해 추진할 수 있는 학교 내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토론자들은 학교평생교육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전문가가 필요하며 아동, 학생 중심으로 되어 있는 학교시설을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개조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도 타 평생교육 기관처럼 재정적인 지원 아래 다른 평생교육기관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기관처럼 유아 놀이방, 휴식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야 할 것이라는 점이 제기됐다.

평생교육 전문 인력 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현장 전문가를 특채하거나 평생교육 장학사 선발,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보유한 일반직 공무원의 보직 및 평생교육사를 실무자로 채용하며 평생교육에 대한 연수를 확대하고 나아가 평생교육 교사 양성이나 부전공에 의한 이수를 권장해야 할 사항으로 거론됐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운영모형을 갖고 있을까

#일본
일본의 학교평생교육은 학교 내부에서의 단독적 형태보다는 학교와 지역사회 간 다양한 연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교육의 경직성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교부적응, 학교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학사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학교평생교육은 1930년을 전후한 미국의 경제공항기에 미시건주 플린트시에서 학교시설을 활용한 지역사회 활성화 운동으로 전개된 지역사회학교와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추진된 ‘21세기 지역학습센터'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지역사회학교는 학교시설을 개방하고 활용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1972년 전국 528개 교육구 2,284개 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지역사회학교 교육프로그램에는 교사와 훈련받은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강사진으로 참여하며 교육구내의 여러 학교들과 관내 기관, 단체 활동을 연계하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조정·지원하고 있다.

21세기 지역학습센터 사업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이뤄지며 운영은 지역교육청, 기업체, 직업교육기관, 고등교육기관 등 지역내 각종 관련 주체들이 연계와 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최강 (ckang@news.go.kr) | 등록일 : 200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