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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발생한 음악학원 승합차 충돌사고로 귀한 외동딸을 잃은 이동섭(48)씨는 뒤늦게 결혼해 낳은 고(故) 이수연(10.여)양이 올 봄 음악학원을 다닌다고 조르며 했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가수가 꿈이라며 음악공부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수연이는 이씨가 39살에 결혼해서 낳은 외동딸로 이씨에게는 삶의 전부였다.
청양장례식장에 다른 2명의 어린이와 함께 딸의 빈소를 마련한 이씨는 적막한 영안실에서 딸의 영정사진을 보며 "태어날 때도 몸이 아파 인큐베이터에서 키웠고 어릴 적에도 잔병치레가 많아 고생하다 이제야 몸이 건강해졌는데..."라며 "책만 사달라고 하지 말고 맛있는 것 좀 많이 사달라고 할 것이지"라고 울부짖었다.
이씨는 "안전벨트 채우고 정원초과시켜서 태우지 않고 정속으로 운행했다면 이렇게 아이들을 처참히 보내지 않았을 텐데"라며 "9명 정원 승합차에 그렇게 아이들을 태우는 것이 화물을 실어 보내는 것이지 사람 실어 보내는 것이냐"며 학원 측에 분통을 터뜨렸다.
바로 옆 고(故) 한지희(10.여)양의 빈소도 침울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들이 간간이 찾아오는 조문객을 맞이했다.
너무 많이 울었을까 붉게 충혈된 지희양의 아버지 한상우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딸의 영정사진 앞에 앉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밝게 사진속 딸의 밝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에게는 숨진 지희양 뿐 아니라 승합차에 함께 타고 있던 첫째딸 보라(13.여)양도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다 밤새 수술을 받고 겨우 고비를 넘긴 상태라 눈앞에 더욱 캄캄하다. 넋이 나간 표정의 한씨는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하느냐! 딸 보고 싶으면 어디 가서 봐야 하냐! 누가 좀 살려내라!"며 오열하며 마룻바닥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6학년, 3학년인 누나들과 매일 아침 학교를 따라나섰던 유치원생 막내 아들(6)은 아직 둘째 누나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 빈소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기도 해 지켜보는 유가족의 마음이 더욱 미어졌다.
수연 양 등 숨진 학생들은 농촌지역 인구감소에 따른 학교들의 폐교로 집에서 4㎞ 떨어진 학교를 다니며 수업이 끝나면 7-8㎞ 거리의 청양읍내 음악학원을 갔다가 다시 학원 승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걸으면 30분 이상이 걸리는데다 산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해 위험이 더 커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 스쿨버스를 이용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학원 승합차를 이용해 집으로 귀가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사고 승합차에는 지희양 자매 뿐 아니라 김문주(12.사망), 문정(10.부상) 자매와 최원준(10.부상), 명준(8.부상) 형제 등 학교를 마치고 함께 학원을 다녔던 형제,자매가 3쌍이나 포함됐다.
유가족들은 "방과 후 아이들의 취미활동이 너무 부족하다"며 "학교는 점점 없어지고 시설도 없어지는 판국에 이렇게 아이들이 희생되면 누가 농촌에 남아 있겠느냐"며 부족한 농촌학교의 방과후 활동 등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과 가남초등학교 측은 22일 오전 10시 학교에서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을 갖을 계획이다.
cat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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